케리, 부시측 인신공격에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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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민주.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결승선을 향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 측은 공화당의 집요한 인신공격성 광고에 대해 '전면 보복전'을 선언했다.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케리 후보 측은 참모진을 대폭 보강하면서 추격하기 시작했다. 반면 공화당은 두 자릿수나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상황을 굳히겠다는 작전이다.

◆클린턴의 개입=케리 후보는 4일 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1시간30분 동안 통화하면서 선거 전략에 대한 훈수를 경청했다. 클린턴이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뉴욕의 병원으로 케리 후보가 전화를 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증거다.

클린턴은 "베트남 전쟁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일자리와 의료보험 정책 등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케리 후보는 5일에는 '클린턴 사람들'로 자신의 선거 참모진을 대폭 보강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때 백악관 공보팀장이었던 조 록하트, 백악관 정치자문역이었던 조엘 존슨과 덕 소스닉, 힐러리의 비서실장이었던 하워드 울프슨, 클린턴 선거캠프 여론조사 담당이었던 스탠리 그린버그 등이 무더기로 케리 캠프로 몰려왔다.

케리는 또 민주당 전국위원회 선거책임자였던 존 사소를 유세팀에 합류시켜 직접 자신에게 조언하도록 했다.

◆'이에는 이'로 맞대응=부시를 개인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던 케리의 포지티브(positive) 전략도 수정됐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대방은 우리를 마구 두들겨 패는데 왜 미적거리며 제대로 대응도 못하느냐"는 불만이 치솟고 결과적으로 지지도 추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케리는 2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오후 11시쯤 끝나자 1시간 뒤인 자정에 곧바로 오하이오주에서 유세전에 돌입했다. 이는 선거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케리는 그동안 부시 대통령에 대한 개인공격은 삼갔지만 이날 "병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부시와 체니)이 나의 애국심을 거론한다"고 비난했다.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있었던 군납업체 핼리버튼이 각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점도 거론하면서 체니의 도덕성을 맹공했다.

◆굳히기 들어간 공화당=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청사진으로 번영과 평화를 제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부시 측은 "경제도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났다. 테러와의 전쟁도 이겼기 때문에 한번 더 뽑아주면 이젠 미국을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겠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부시 측은 2000년 대선 때도 선거를 총지휘한 칼 로브(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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