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0년 뒤엔 미국과 대등한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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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화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오후 MBC '시사매거진 2580'의 500회 기념 프로그램인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 "지금 한국의 개혁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감당키 어려운 빠른 수준"이라며 최근의 과거사 규명 논쟁, 경제, 북핵, 사교육 문제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역사적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보안법을 없애야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이 문명의 국가로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주제별 인터뷰 내용의 요지다. ( )은 질문 요지.

◆"과거사, 밝혀야 할 때 밝혀야"=(경제가 나쁜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과거 독재 정권들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할 때 자주 쓰던 것이 사회 혼란, 국가 안보, 경제 개발 그런 얘기였다. 1980년대 내내 경제 혼란이라고 그랬다. 지나고 보니 86년에 11%나 성장했다. 어렵더라도 해야 할 때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 당신들 한다는 게 좀 믿기 어렵다,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이런 것이다. 그러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아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그 일이 해야 할 일이냐 안 해야 될 일이냐가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이라면 의심스러운 사람이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북핵 해결, 미 대선 중에는 더디게 진행될 것"=미국의 대선이 있는 동안엔 북핵 문제가 좀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될 것이다. 이제는 대화가 아니고는 돌아설 방법이 없다.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스스로의 전략이다. 한국도 너무 남에게 오래 기대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의지하는 것은 습관이 된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미국이 변화를 제안했다. 이때 우리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매달린다고 안 갈지도 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 매달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할 말을 좀 하는 편이다. 미국도 약간씩은 놀라지만 크게 놀라지 않고 잘 조정해가고 있다. 이대로 한 5년에서 10년이 가면 한국은 미국과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자주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것이다.

◆"전경련 행사 때마다 격려"=반기업 정서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설사 국민에게 반기업 정서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경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서 격려해 주고, 따로 초청도 했다. 거기까지 못하는 일반 국민이 봐선 너무 대기업 총수만 깍듯이 챙기는 것 아니냐고 섭섭해 하지 않겠느냐.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제도를 참여정부 와서 만든 게 있다면 집단소송제도 하나다. 그것 하고 고쳐달라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안 고쳐줬는데 그것 때문에 투자가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기관의 연구 결과에서도 나와 있다.

◆"성장정책 효과는 임기 말 이후 나타날 것"=성장과 분배는 선순환의 관계로 가야 한다. 인재가 양성되고 기술이 혁신돼 서민층.청년 실업자.비정규직 등의 인력이 고급화돼야 분배가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강력한 성장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임기 말 또는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다. 집값은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제일 좋다. 적어도 다른 물가 수준이나 금리 수준 이상으로는 절대 못 올라가게 묶는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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