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만5천명·이재민 20만명…베네수엘라 최악의 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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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망자 최소 1만5천명, 실종자 2만명, 이재민 20만명. 세기말에 닥친 엄청난 수해로 베네수엘라가 넋을 잃고 있다.

15일 카리브해에서 불어닥친 허리케인 '미치' 는 세계 3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전대미문의 재난을 몰고 왔다.

◇ 피해상황〓인구밀집지역인 북부해안지역의 피해가 컸다.

수도 카라카스는 물론이고 서쪽해안을 따라 5백여㎞ 떨어진 콜롬비아 국경지역까지 피해를 봤다.

특히 카라카스에서 30여㎞ 떨어진 라 과이라는 도시 전체가 시뻘건 황토물에 잠기면서 죽음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건물 잔해와 부서진 차량, 이 사이를 떠다니는 시신들, 진흙더미에 파묻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다.

한 마을 전체가 수m나 되는 토사층에 덮여버린 경우도 있었다.

생필품을 구하느라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져 긴급투입된 보안군이 공포탄을 쏘는 등 치안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민수용소에는 이질 등 전염병이 돌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통신이 끊긴 주민들은 취재진들을 보면 "한번만 휴대폰을 빌려달라" 며 매달리고 있다.

피해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정확한 집계마저 안 나오고 있다.

사망자수가 2만5천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인명피해 상황에 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 고 아예 언급을 회피했다.

항만.전기.통신.도로 등의 파괴로 재산피해는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세계 3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 구조 및 국제사회 지원〓베네수엘라 정부는 군병력을 총동원해 생존자 수색과 후송작전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생존자 수색작업을 일단 21일까지 마무리한 뒤 진흙과 건물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단 호우사태는 진정됐다고 판단, 국제선.국내선 여객기 운항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활발하다.

미국은 3백만달러의 지원 결정과 함께 수송기.헬기.선박 등을 보냈으며 영국도 유엔기구를 통해 80만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의료품과 구호물자를 실은 수송기 1대와 구호인력 2백여명을 급파했다.

이밖에 일본.멕시코 등도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도 3만달러의 현금을 보내기로 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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