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 화려한 부활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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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8일 수원 장안 이찬열 당선자 선거사무실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다.” 수원 장안에서 이찬열 후보 당선이 확정된 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꺼낸 첫 마디였다. 오후 10시40분쯤 송죽동에 있는 이 당선자 사무실에 나타난 손 전 대표의 입술은 많이 부르터 있었다. 당직자와 지지자들은 한참 동안 “손학규”를 외쳤다.

선거 초반 강릉과 경남 양산은 한나라당의 우세, 안산 상록을과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은 민주당 우세가 전망되면서 수원 장안은 이번 재·보선 전체의 승패를 가름하는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우세지역임에도 정몽준 대표가 유세 일정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등 한나라당도 총력전을 펼쳤다.

그럴수록 당 지도부의 출마 요청을 마다한 채 이찬열 지역위원장의 공천을 요구했던 손 전 대표의 선택은 “정치적 도박”으로 평가됐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후보인 방송인 출신 박찬숙 전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무리한 선택으로 당에 부담만 줬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후 수차례 “반드시 승리한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후보 확정(지난달 29일) 이튿날 수원의 월세방으로 거처를 옮긴 뒤 하루 3~4시간을 자면서 바닥을 누비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결과에 대해 그는 “민주당과 이찬열 당선자의 승리”라며 “이겨야 할 후보가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의 득표력을 입증한 그가 얻은 것은 많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수도권에서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큰 차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출마 희망자들의 기대가 집중되면서 지난해 7월 당 대표직 사임 이후 취약해진 당내 기반도 빠른 속도로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이 당선자 사무실에선 “김진표”를 연호하는 목소리도 자주 들렸다. 그는 손 전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분전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수원 영통에서 상대 박찬숙 후보를 3%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에도 수원 지원에 올인하면서 ‘박찬숙 킬러’임을 입증한 셈이다. 유력한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그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이 후보는 “국민들이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선택한 결과”라며 “4대 강 사업을 반드시 막아 서민 예산과 지역발전 예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 후보는 사무실에 잠깐 들러 인사를 한 뒤 떠났다. 총선에 이은 2연패였다.

임장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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