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평 나승렬前회장, 경영권 반환소송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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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해 10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경영권을 박탈당한 거평그룹 나승렬(羅承烈) 전 회장이 거평시그네틱스(현재 한국시그네틱스)의 경영권을 돌려 달라며 지난 15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워크아웃에 따라 경영권을 빼앗긴 대주주가 경영권 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 소송결과가 주목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19일 "羅회장 등 거평시그네틱스의 주주 6명이 지난해 1월 자본금 감소와 경영진 해임을 의결한 주주총회가 원인무효라며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 밝혔다.

羅회장측은 소장에서 당시 주총은 이사들 명의의 회의록만 있을 뿐 실제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무효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주주총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열렸으며,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위해선 감자(減資)가 불가피했다" 며 "당시 羅회장도 대리인을 보내 워크아웃 계획 동의서에 인감도장을 찍었다" 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은 "거평시그네틱스의 부채 2천1백억원 가운데 2백15억원은 출자전환, 2백60억원은 2007년까지 무이자 상환 유예해줬으며, 나머지 채권도 2년 거치 7년 분할상환이란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해줬다" 며 "이같은 채권단 지원으로 회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이제 와서 경영권 반환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 주장했다.

한편 금감원은 羅회장측이 산업은행의 감자명령이 부당하다며 분쟁조정 신청을 냈지만 이는 금감원 소관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올리지 않되 양측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는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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