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차 … 으슬으슬한 몸 풀어주고, 울적한 기분 달래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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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지만 날씨는 변덕이 죽 끓듯 하다. 일교차가 심하고 대기가 대체로 건조하다.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올해엔 신종 플루·계절성 인플루엔자까지 유행하고 있다. 기분도 꿀꿀해지기 쉽다. 일조량이 줄어들어서다. 잠도 쉬 오지 않는다. 밤이 차츰 길어져서 수면 양이 늘어날 것 같지만 불면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에 낮에 신체 활동량을 줄이면 밤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져서다. 이처럼 ‘가을의 전설’엔 감기·독감·우울증·불면증·피부 건조증 등 불청객이 늘 함께한다.

이를 약차만으로 예방·치료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하지만 잘만 선택하면 기대 이상의 효험을 볼 수 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독감·감기 기운이 있다

한방에선 독감을 상한(傷寒)증의 하나로 분류한다. 나쁜 추위, 즉 한사(寒邪)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다스리는 약차로는 독활차·박하차·생강 소엽차가 있다.

독활은 따두릅이라는 식물의 한방명이다. 효능은 온갖 병사와 뼈마디가 아픈 증상을 덜어주는 것이다. 흔히 독감·감기로 인한 전신 통증·오한·발열에 처방한다. 잘 말린 독활 2~4g을 물에 우려내 먹으면 독감 예방은 물론 독감 증상을 완화하는 데 유익하다.

박하는 먹으면 몸에서 땀이 난다. 그래서 한방에선 독소를 배출하는 약재로 쓴다. 감기 증상 중 뼈마디가 쑤시고 피로가 심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박하는 향이 강하므로 따뜻한 물에 2g 정도만 우려내도 충분하다. 오래 물에 담가두면 향이 사라진다.

생강·소엽차는 찬 바람으로 인한 감기와 소화불량에 유효하다. 생강은 위장을 따뜻하게 하며 자소엽은 기의 순환을 돕는 식물이다. 생강 6g과 자소엽 3g에 끓는 물을 부어 우려내면 생강 소엽차가 완성된다. 가능하면 흑설탕을 넣어 따뜻할 때 하루 5~6회 마시는 것이 좋다.

초기 감기에는 양파 반쪽을 따뜻한 물에 넣어 30~60초간 우려낸 물을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다. 마늘(5~10g)·생강(5~10g)·파(3대)를 넣고 끓인 물에 배즙(1개 분량)을 추가해 마시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파·마늘·생강은 모두 먹으면 몸에서 땀이 나는 채소다. 한방에선 땀이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본다.

몸이 으슬으슬한 감기 몸살엔 따끈한 유자차가 훌륭한 선택이다. 유자는 감귤의 일종으로 전남·경남에서 많이 생산된다. 유자는 직접 끓이면 떫은맛이 나므로 얇게 썬 유자나 이를 꿀에 잰 유자청을 차처럼 마신다. 레몬에 비해 비타민 C가 3배 이상 들어 있어 감기 예방에 유효하다. 새콤한 맛 성분인 구연산이 4%가량 들어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소화액의 분비를 돕는다.

감기로 인한 기침이 잘 떨어지지 않을 때는 생강·오미자차다. 생강은 기침·가래에 좋고 오미자는 오래 지속된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이때 맥문동을 함께 넣어 마시면 효과가 배가된다.

기분이 꿀꿀하다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우울감·고독감 등 ‘가을을 타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런 사람에겐 연자육차가 추천된다. 연자육(연밥씨)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오장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다. 불안·불면·신경쇠약·심계 항진(가슴이 빠르게 뜀) 등의 치유도 돕는다. 연자육차는 ①연자육 반 컵을 흐르는 물에 씻어 건진 뒤 물기를 뺀다 ②주전자에 연자육과 물 3.5컵을 붓고 약한 불에서 충분히 달인다 ③꿀 등을 곁들여 마신다 등 3단계로 완성된다. 않는다

가을에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면 용안·조인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이 차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에서 자주 깨어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스트레스·정신적 피로로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물 600㎖에 용안육·산조인 각각 20g씩을 넣고 30~40분 약한 불에 끓이면 완성된다.

말린 연꽃의 잎을 따뜻한 물에 우려낸 연잎차도 마음이 불안·초조해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수능을 앞두고 걱정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고3 수험생에게 득이 되는 차다.

대추 씨와 산대추 씨의 한방명은 조인·산조인이다. 둘은 모두 히스테리·불면 완화 효과가 있다. 산조인을 약간 볶은 후 보리차를 끓이듯 물에 넣고 끓인 것이 산조인차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쉽게 화를 내는 증상을 덜어준다.

피부가 거칠어졌다

가을은 쌀쌀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로 인해 피부가 거칠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이 경우엔 구기자차·감잎차가 권장된다.

구기자는 한방에선 장기 복용하면 피부가 고와지는 식물로 친다. 기미도 없애주고 혈액 순환도 돕는다. 어린 싹에 풍부한 루틴 등이 모세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찬 물로 씻은 구기자 열매 15g과 물 1L를 주전자에 넣고 고운 빛이 우러날 때까지 끓이면 완성된다. 꿀·생강·계피·대추 등을 넣어 마시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감잎차는 어린 감잎(마른 것) 2~3g을 80도의 물 100mL에 넣고 우려낸 차다. 감잎엔 피부 건강에 좋은 이로운 비타민 C가 풍부하다. 게다가 녹차와는 달리 약산성이어서 많이 마셔도 장(腸)을 상하게 할 염려가 없다. 카페인이 없어 불면증에 걸릴 위험도 없다. 이뇨 성분이 있어 몸에 부기까지 빼준다.

율무·영지차도 피부 건강을 돕는다. 기미·주근깨를 없애는 데도 유익하다. 미용 약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물 2L에 볶은 율무 50g을 넣고 끓인 뒤 찌꺼기를 빼고 다시 영지 3g을 넣고 10분가량 더 끓이면 얻어진다.

혈압이 오른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간다. 한방에선 혈압이 높은 것은 간의 양(陽) 기운이 상승한 탓으로 본다. 양 기운을 내려주고 수축한 혈관을 다시 확장시키는 데는 국화차·갈근차(칡차)가 그만이다.

국화차는 수험생용 한방차로 유명하다. 머리가 아프고 무거우며 눈이 뻑뻑하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가볍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끈한 물에 말린 국화잎을 띄우기만 하면 완성된다.

칡차는 혈압 강하 외에 숙취 해소 효과도 있다. 감기 초기에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플 때 마시면 좋다. 이래저래 칡차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약차다.

도움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불면클리닉 조성훈 교수
광동한방병원 로하티센터 두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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