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구항은 3白의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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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강구항(경북영덕군강구면)으로 흘러드는 오십천에 물새와 두루미가 날아오른다. 은어를 잡기위해 긴 낚시대를 수면에 드리운 강태공의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강구(경북영덕군강구면)에서 대진(영해면대진1리)으로 이어지는 30㎞의 바닷길. 구슬픈 해조곡(海鳥哭)과 파도소리가 귓가에 가득하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대게.멸치.오징어.고등어.참다랑어 등 각종 생선을 잡은 배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강구항. 밤새 불을 밝혀 오징어를 잡아온 배들로 북새통같은 아침을 보내고나면 그물에 걸린 씨알 굵은 멸치를 터는 어부들의 흥얼거림으로 오후를 맞는다.

강구항은 지금 '3백(白)의 잔치' 로 북적인다. 오징어와 멸치, 그리고 배가 하얀 대게가 제철을 만났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동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며 멸치는 남해안에 비해 속살이 쫄깃쫄깃하고 큰 것이 특징이다.

강구항은 또한 대게의 집산지. 대게는 딱딱한 껍질에 싸인 분홍빛 겉살과 살며시 찢으면 드러나는 뽀얀 속살,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과 입안 가?퍼지는 그윽한 바다내음이 일품이다.

대게는 울진.강구.구룡포 등 경북이북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며 함경북도 연안냉수역에도 많이 서식한다.

특히 차유리(영덕군축산면)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게를 최고로 쳐준다. 다른지역에 비해 수온(3도이하)과 수심이 적당하며 모래바닥으로 형성돼 게의 서식에 최적지다. 영덕대게는 다리가 길고 속살이 꽉 차있으며 껍질이 종잇장처럼 얇아 맨손으로 까먹기 편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심 2백~4백m 맑고 깊은 바다에 사는 대게는 2~3번 껍질을 벗으면서 성장해 15년정도 산다. 대(竹)게는 대나무처럼 마디진 다리를 가져 붙여진 이름이다. 서해안의 꽃게와 마찬가지로 6월~10월이 산란기이므로 11월1일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 잡을 수 있다.

10여년전까지는 영덕 앞바다에서 많이 잡혔지만 남획탓에 이제는 독도바깥까지 나가야 한다.

특히 대화퇴어장은 큰 놈이 잡히는 황금어장. 올부터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으로 일본에 조업신고를 하는데 40여일이 걸리기 때문에 어려워졌다. 대게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70%나 감소됐다.

국내에서는 울진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3년전 영덕과 울진군은 대게의 이름을 갖고 행정소송까지 벌였으나 판결이 나기전 각자의 지방이름을 쓰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결국 '울진대게' 가 '영덕대게' 에 판매량에서 판정패 했다. 그래서 지금도 울진이나 구룡포에서 잡은 대게도 경매를 위해 강구항으로 가져온다.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대게와 비슷해 보이지만 홍게다. 대게를 찌면 배가 하얗게 변하지만 홍게는 짙은 주홍빛이 감돌며 짠맛이 있고 맛도 떨어져 값이 싸다. 큰 것이 2만원정도(10마리)에 거래된다.

영덕대게의 진수는 꽉 찬 속살, 독특한 향과 맛에 있다. 강구항 횟집에 가면 수족관속에 살아있는 대게가 긴 다리를 접은 채 큰눈을 부라리며 세상구경을 한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강구항에서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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