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우 구조조정 대외비보고서] '사실상 부도'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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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KDI 금융팀의 이동걸 박사팀이 작성한 보고서는 대우문제에 대한 기본인식에서부터 당시 정부의 판단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 정부는 대우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해 발생한 유동성위기로 설명한 반면 KDI는 사실상의 부도(지급불능)상태로 진단하고 있다.

◇ KDI의 분석〓李박사팀은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우그룹 재무제표의 자금흐름을 그동안 발표된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역추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들어 대우그룹의 자기자본 규모는 97년말 9조원에서 98년말 16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유상증자와 해외자본 유입등 외부자금 유입규모는 자기자본 증대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계열사들의 자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우는 폴란드 현지법인인 FSO사의 보유자산을 3조3천억원으로 평가해 대우자동차에 현물출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FSO의 장부상 자산가치는 1조원. 따라서 이같은 거래로 ㈜대우는 2조3천억원의 투자자산처분이익이 발생하게 됐고, 대우자동차에는 3조3천억억원의 새로운 자기자본이 유입됐다.

실제로 돈이 들어온 것이 아니면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98년말 현재 대우그룹의 전체 자기자본은 5조3천억원이 불어났다.

◇ 실제 부실규모 훨씬 크다〓보고서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대우그룹의 실제 자기자본총액은 계열사간 거래에서 발생한 투자자산처분이익 등 장부상거래(8조7천억원)를 제외하면 발표된 16조9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8조2천억원에 불과하며, 따라서 실제 부채비율도 정부발표(3백54.9%)보다 훨씬 높은 7백37.6%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우의 경우 장부상 거래를 제외하면 실제 자기자본 규모가 공시상의 수치(3조9천억원)보다 훨씬 적은 6천억원에 불과하며, 부채비율은 3천9백56%(공시상 수치는 5백87%)에 달한다.

대우자동차도 지난해 자산재평가와 ㈜대우.대우중공업의 현지법인지분 현물출자액을 차감할 경우 실제 부채비율이 1천5백%에 이른다.

대우측 공시에 따르면 그룹전체의 지난해 법인세차감전 순손실은 4천5백61억원이지만 장부상 투자자산처분이익을 빼면 실제 순손실은 4조원에 달한다.

이동걸박사는 "실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우계열사 가운데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주력업체는 대우중공업 정도에 불과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분식회계 의혹도〓㈜대우의 매출채권액은 97년말 3조2천억원에서 98년말 12조4천억원으로 불과 1년새 9조2천억원이 늘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수출금융제도가 없어진 지금 이같은 매출증가는 미스테리" 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우그룹이 부채비율을 낮추기위해 해외현지법인에 대규모 밀어내기식 수출을 한후 은행에서 수출환어음을 할인받은 돈으로 기업어음(CP)같은 단기차입금을 갚아 결산시점에 부채비율을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방식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우의 CP발행액 잔고를 살펴보면 98년 10월 2천억원 상환→12월 15조5천억원 상환→99년 2월 1조8천억원 발행 등으로 이같은 추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 일부 계열사는 퇴출 불가피〓㈜대우의 경우 자산을 팔아 차입금을 갚더라도 4천%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을 1천5백%이하로 낮추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도 비슷하다. 자동차부문(대우차.쌍용차.대우중공업 국민차)의 총매출을올해 10조원 정도로 잡아도 총차입금(13조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정부의 설명은〓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대우그룹 부채비율이 737.5%라는 KDI보고서 주장에 대해 "대우의 결산자료상으로는 98년말 부채비율이 3백54%로 돼있지만 이 가운데 자산재평가차익이나 자금유입이 없는 계열사간 출자는 자기자본에서 빼 실제 부채비율은 5백26.5%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DI가 계산한 부채비율과 정부가 발표한 부채비율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투자자산 처분이익 때문인데, KDI는 이를 자기자본에서 뺐지만 정부는 계열사간 거래라도 여기서 생긴 이익을 부채 상환에 썼을 경우 그룹 전체로는 재무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본확충으로 인정해줬다" 고 덧붙였다.

임봉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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