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 트랙 대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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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트랙의 반란이 마지막까지 아테네를 달궜다. 영국이 '육상 제국' 미국을 제치고 남자 400m 계주에서 우승했고, 중국의 황색 돌풍은 대회 막바지를 장식했다.

영국은 29일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38초07로 미국(38초08)을 0초01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92년 만이다. 주자들의 100m 기록이 모두 10초대인 영국이 100m 우승자 저스틴 게이틀린과 200m 우승자 숀 크로퍼드, '원조 탄환' 모리스 그린 등 9초대 기록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을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미국의 2, 3번 주자의 바통 중계가 매끄럽지 못한 사이에 치고 나갔고, 최종 주자 루이스 프랜시스가 모린의 추격을 간발의 차로 뿌리쳤다.

미국은 4연패를 노리던 여자 400m 계주에서 바통 중계 실수로 금메달을 놓친 데 이어 남자 400m 계주마저 정상을 내줘 육상 강국의 이미지가 퇴색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10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미국은 시드니 3관왕 매리언 존스가 무관에 그쳤고, 그린과 게일 디버스 등 간판스타의 퇴조가 두드러지면서 전체 46개 금메달 중 8개를 따는 데 그쳤다.

지난 28일엔 중국이 하루에 육상에서 금 두 개를 수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남자 110m 허들에서 류샹이 세계 타이기록이자 올림픽 기록인 12초91로 우승하며 남자 육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여자 1만m에서도 싱후이나가 30분24초36으로 깜짝 1위에 올랐다. 중국이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5000m의 왕준샤 이래 8년 만이다. 더구나 류샹의 금메달은 남자 육상 단거리에서도 아시아 선수가 우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남자 1500m 우승자 히참 엘 게루지(29.모로코)는 5000m에서도 우승, 24년 파리 올림픽의 파보 누르미(핀란드) 이후 80년 만에 중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제패한 선수가 됐다.

아테네=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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