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념 사조직 비판 소지 없는지” 되돌아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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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주말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첫 공개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일부 보수단체가 연구회를 ‘좌편향적 사조직’으로 규정해 해체를 촉구하자 스스로 ‘학술연구단체’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노동사건 심리상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무방해죄로 파업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고, “그러면 정당성 없는 파업에도 노조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이처럼 연구회가 결성 21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 세미나를 연 것은 전향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연구회의 목표는 법원 개혁이 아니라 법관의 자기개혁”이라는 자기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폐쇄적인 활동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도 “과거에는 법률의 이름으로 정의가 희생된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공개 세미나 이후에도 여전히 연구회를 “사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특정 정치이념의 법원 내 사조직”으로 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오해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연구회가 자초한 것이다. 우리법연구회의 일부 판사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비난하면서 법원회의를 주도하거나 법원 인사에 대한 불만 표출로 법원 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행동은 결코 학술연구로 이해될 수 없으며, 판사들이 그렇게 한쪽으로 기울면 사법부의 신뢰는 그릇 속 물처럼 쏟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의 말대로 연구회는 “우리 속에 이념 성향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래서 5공 때 신군부에 의해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가 6공 출범 후에도 바뀌지 않은데 반발했던, “헌법을 수호하고자 판사직까지 걸었던” 선배들의 초심을 되살리기 바란다.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사법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