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범죄 저지른 교사가 교단에 서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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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강간·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 대부분이 가벼운 징계만 받은 뒤 계속 교단에 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영아(한나라)·최영희(민주)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 교사의 성범죄는 결코 가볍다 할 수준이 아니다. 전북 군산의 모 교사는 수업 시간을 포함해 두 달 동안 63번이나 여학생 세 명의 가슴을 만졌다. 강원도의 한 교사는 집을 구경시켜 준다며 학생을 유인해 강제로 추행했고, 서울의 한 교사는 술에 취한 채 독서실에 들어가 학생의 몸을 더듬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믿고 따랐던 교사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어린 학생들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일반인보다 더 엄한 잣대로 다스려야 할 교사들의 성범죄를 솜방망이 처벌하는 데 그쳤다.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124건 중 파면 또는 해임돼 교단을 떠난 경우는 21건에 그쳤다. 교육청 내 남성 공무원 위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처벌 수위를 알아서 정하다 보니 봐주기로 일관한 혐의가 짙다. 앞서 언급한 군산의 모 교사만 해도 상습적으로 제자들을 성추행했음에도 방학 중 정직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는 국민들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교과부는 시·도별로 고무줄 양형(量刑)이 이뤄지지 않도록 사안별로 강화된 처벌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죄질이 나쁜 경우엔 교단에서 퇴출시키도록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여야 할 것이다. 현행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선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 이상 형이 확정되면 학교·학원 등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대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 학생들과 합의를 보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학교 내 성범죄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할 필요도 있다. 교사들이 내신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의 권한을 갖고 있어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며 참고 있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학교만은 성범죄의 안전지대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