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터키 지진 대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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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진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세계에서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8천9백28명이며, 지난 1백년 동안 연평균 1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돼 있다.

20세기 들어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지진은 지난 76년 발생한 중국의 탕산 (唐山) 대지진으로 25만5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가장 강력했던 지진은 지난 60년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리히터 규모 9.5였다.

지진의 발생원인에 대해선 화산폭발론.핵실험론.판 (板) 구조론 등 학설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유력한 것이 판구조론이다.

60년대 일본인 학자들이 처음 제시한 판구조론의 주요 내용은 13개 거대한 땅덩어리들 (판) 이 지각 (地殼) 을 덮고 있다는 것이다.

두께가 1백㎞나 되는 이들 판이 바다의 빙산처럼 지구 내부의 맨틀 위를 떠다니다 서로 부딪치거나 밀리는 과정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판들이 충돌하는 경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 - 필리핀 - 알래스카 - 미국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환 (環) 태평양지진대로 세계 지진의 70~80%가 이곳에서 일어난다.

일본은 유라시아판.태평양판.필리핀판이 교차하는 지역에 위치해 매년 1천회 이상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위에 위치하고 경계에서 1천㎞ 이상 떨어져 지진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93년 이후 지진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17일 터키에서 발생한 지진 역시 판구조론으로 설명된다.

터키는 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아라비아판의 경계에 위치한 데다 북아나톨리아.동아나톨리아.에게 단층에 둘러싸인 지진 다발지역이다.

지난 39년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해 4만5천명이 사망했으며, 과거 35년 동안 여섯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도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터키에 구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은 구조대를 급파했고, 터키와 앙숙관계인 그리스까지 참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구호금 7만달러를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인력을 파견할 계획은 아직 없다.

터키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1만5천명 병력을 파견해 3천여명이 전사.전상 (戰傷).행방불명됐다.

과거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린 우방이 곤경에 처했는데, 소액의 돈이나 보내는 것으로 성의를 다했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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