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못 지키는 유방암 예방 상식 몇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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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부산해운대 올림픽 동산에서 열린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 이날 행사에는 5000여 명의 여성이 참가해 유방암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중앙포토]

저출산, 늦어진 초산 연령(30세), 모유 수유 기피, 고칼로리 서구화된 식습관….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날로 증가하는 배경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특징은 폐경 이후 환자가 많은 서양과 달리 폐경 전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2006년 통계만 보더라도 40대가 40%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폐경 후인 50대가 25.7%, 30대 14.3%, 60대 13%, 70대 4.7%, 20대는 1.6%를 차지한다. 따라서 한국 여성은 젊을 때부터 유방암 예방과 조기검진에 힘써야 한다. 다행히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0기와 1기에 해당하는 조기 유방암 환자 비율도 10년 사이에 두 배가량 늘어나 암이 발생하더라도 완치될 가능성은 커졌다.

20대부터 육류 섭취 줄이고 운동 습관 들여야

올 초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유근영 교수팀은 2004~2005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69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유방암 발생률과의 관계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혈중 HDL 콜레스테롤 농도가 60㎎/dL 이상인 여성은 50㎎/dL 미만인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이 0.49배 감소했다. 반면 중성지방의 경우 150㎎/dL 이상인 여성은 150㎎/dL 미만인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률이 1.35배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폐경 이전의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론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높이고 ▶나쁜 지방인 중성지방(TG)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

식습관은 20대부터 기름진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을 줄이고, 야채나 과일을 듬뿍 섭취하도록 입맛을 들여야 한다. 만일 뚱뚱한 여성이라면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운동 역시 20대부터 실천해야 한다. 적어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45~60분간 매주 5일 하는 게 좋다. 과음과 흡연도 젊을 때부터 자제해야 할 습관이다. 가능한 첫 아이를 20대에 출산해 모유로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유 1년 먹이면 유방암 가능성 4.3% 줄어

유방암 발생 위험률은 모유를 1년 더 먹일수록 4.3%씩 낮아진다. 반면 첫 아이 출산 연령이 1년 늦으면 3%, 체중이 1㎏ 증가하면 유방암 발생률이 1%씩 증가한다. 따라서 30대부터 적극적인 체중 관리와 모유 수유에 힘써야 한다. 기왕 할 출산이라면 한 살이라도 빨리 아이를 낳아 모유로 키워야 한다.

생리가 끝난 지 3~5일째 되는 날 유두와 유방의 크기·색깔·모양·좌우 대칭·피부 상태 등을 살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등 유방암 자가 검진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일 아직까지 한 번도 이런 식의 자가검진을 안 해 본 여성이라면 처음 한 달간은 매일 검진을 받아 유방의 특징을 파악하고, 모양과 윤곽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직계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과 모유 수유 안 함 ▶비만 ▶호르몬 장기복용 등 유방암 발생 고위험군이라면 30세부터 해마다 병원에 가서 유방 X선 검사와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이 아닌 여성도 35~40세 땐 2년마다 검사를 받도록 한다.

발병률 높은 40대 … 매년 검진 받아야

40대는 국내 유방암 환자가 가장 빈발하는 연령이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이때부터는 이전보다 체지방이 증가하므로 운동·소식·기름진 고기를 멀리하기·야채 듬뿍 섭취 등을 20·30대보다 더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

체중은 자신의 키(m)를 제곱한 뒤 21을 곱한 수치를 평생 유지하도록 할 것. 예컨대 키가 1m60㎝인 여성의 체중은 1.6X1.6X21= 53.7, 즉 평생 53.7㎏ 미만이라야 한다.

만일 유방 X선 검사(맘모그래피)와 유방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유방암 진단이 내려진 경우엔 ‘유방암은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적극 치료에 임해야 한다. 실제 국내 유방암 여성 5년 생존율은 87.3%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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