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차 문제 끌면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삼성자동차문제가 이 시각에도 계속 미궁 속에 표류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냉철한 경제논리에 입각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정치논리만 무성한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기만 할 국민경제의 부담증대에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삼성차 처리를 둘러싼 고민과 문제점은 이제 누구나 알만큼 드러났다.

부채청산과 관련해선 당사자인 삼성과 채권단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만 문제는 이건희 (李健熙) 삼성회장이 떠맡는 데는 주주의 한정책임론이, 삼성계열사가 떠맡는 데는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이 있다.

또 채권은행의 부담은 공적자금 투여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삼성차의 계속 가동문제도 시설 과잉과 사업전망 불투명에 따른 청산론과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한 가동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빅딜이 첫 거론된 뒤 반년 이상 계속된 지루한 논란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논의될 것은 모두 논의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논란의 종식과, 최선의 방안이 없다면 차선책이라도 서둘러 시행에 옮기는 일이다.

삼성은 일단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주식 처분을 포함해 어떻게든 2조8천억원 상당의 부채는 떠안고 법정관리 신청결과에 따라 삼성차 장래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열쇠는 삼성생명 주식 상장에 따른 특혜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특혜논란을 없게 한다면 이것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삼성생명의 상장문제도 생보사의 공익성과 특혜 소지의 최대한 배제를 전제로 검토해야 한다.

생보사 상장은 생보사의 자산을 주주와 보험계약자가 어떤 비율로 나눠 가질 것이냐는 점으로 10여년동안 논쟁만 불러일으켰던 복잡한 사안이다.

일단 자산재평가 차익에 관해선 현행 보험감독규정이 최고 15%까지 주주에게 돌리고 나머지를 계약자와 사내유보금으로 처리하게 돼있으나 논의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도 가능할 것이다.

또 한가지 기업공개를 하게되면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해선 아직 일정한 배분기준이 논의된 바 없다.

그러나 국민적 난제를 해결하는 마당이라면 전향적 검토를 못할 것이 없고 삼성측도 정부가 공청회 등을 통해 이익배분방식을 정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삼성차의 계속 가동 문제에 대해서도 법정관리 후 국내 또는 해외매각론이 나오지만 이때도 역시 경제논리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한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이란 시간과 단계에 따라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명쾌한 주장과 논리도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경제논리를 제쳐놓고 해결만 지연시켜 결국 죽도 밥도 아니게 만든 게 기아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