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인준’ 충돌 … 표 대결이냐 몸싸움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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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안상수 한나라당·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총리 인준 동의안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 주변엔 먹구름이 잔뜩 깔렸다. 민주당·자유선진당이 정 후보자의 도덕성과 세종시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자진 사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트집잡기”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반드시 통과” 표 단속 나선 한나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잠실7동 남포교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7일 소속 의원들에게 잔뜩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내일(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당력을 총 집결하고, 친박연대와 무소속의 협조를 얻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민주당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난타하고 있다”며 “여당으로선 야당의 발목잡기 정치 공세를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당내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정 후보자에 대해 조금 의심을 갖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흠집내기 공세에 말려들지 않도록 잘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표결을 29일로 늦추자고 했지만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도 보였다.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는 표결에 대비해 외국 출장 중인 의원 3명에게 귀국을 요청하는 등 소속 의원 167명 전원에게 대기령을 내렸다. 인준에 반대하는 야당 의석을 다 합쳐도 109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석 수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크게 긴장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표결에 당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이번 기회에 여당의 응집력을 과시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주려는 의도라고 한다. 지도부는 의원들을 그룹별로 나눠 표 점검을 해 본 결과 이탈표가 거의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권영진 의원도 “정 후보자의 발탁은 친서민, 중도실용, 국민통합 차원의 인사이고 도덕성 측면에서도 결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인 친박근혜계도 제동을 걸려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후보자의 자기 관리가 기대엔 못 미쳤지만 총리가 못될 정도의 심각한 하자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친박연대(5석)는 표결을 의원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김정하 기자



“정운찬 반대” 손잡은 민주당·선진당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27일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사람이 만난 뒤 양당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는 “정 후보자는 본인 병역뿐만 아니라 특히 재산 형성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드러났다”며 “이런 사람이 총리가 되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국 당 태종 시절 재상 위징(魏徵)은 사사건건 태종에 맞서 자기 주장을 펴 태평성대를 이뤘다”며 “총리 지명 후 4대 강 살리기 사업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모두 굽혔다는 점이 총리로서 최대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양당이 다시 한편에 선 건 세종시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는 원칙과 원안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안 추진에 반대하는 건 단순히 주판 놓아보니 이익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국가의 법체계를 침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맞장구를 쳤다.

양당 모두 2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했지만 내부엔 인준 표결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원내 핵심 당직자는 “충청권 의원들의 저지의사가 강해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28일 정 후보자를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 후보자가 소득원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2008년 수입·지출과 관련해 22일 청문회장에서의 설명과는 크게 다른 소명자료를 25일 다시 제출한 것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출처가 불분명한 3억6000여만원의 정체를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증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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