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이후] 초비상 군.현장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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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서해 연평도 앞바다는 교전후 하루가 지났지만 전날의 긴장감이 이어졌다.

긴박감은 국방부와 합참의 벙커로 그대로 전달됐다.

◇ 연평도 현장 = 16일 오전 5시. 희미한 안개가 걷히면서 북방한계선 (NLL) 북쪽 4㎞ 지점에서 북한 어선 24척과 경비정 5척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7㎞ 앞까지 트일 정도로 기상은 양호했다.

오전 7시30분 북한 어선 중 10척이 남하하기 시작했고, 30분 뒤 북한 어선들은 이슬비 속에서 NLL선상에 걸친 채 조업을 시작했다.

북 경비정들은 뒤에 남은 어선 주변을 선회할 뿐 남쪽으로는 내려오지 않았다.

오전 11시. 비바람이 거세지자 북한 어선 10척은 꽃게잡이를 멈추고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북한 경비정 5척은 이날 하루종일 NLL북쪽 4~6㎞ 지점에 머물며 우리측 동태를 살폈다.

한편 우리 해군은 해군 고속정 10여척과 초계함 2대를 연평도 서쪽 해상 완충구역 남쪽에 진을 치고, 북한 경비정의 남하움직임을 경계했다.

◇ 군 대비 = 조성태 (趙成台) 국방장관과 김진호 (金振浩)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지하벙커에 머물며 북한군 동태 분석과 대응태세를 마련했다.

趙장관은 "어제 교전은 작전의 시작일 뿐이다.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 고 강조. 趙장관은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장병들이 어제의 승리에 도취돼 기강이 해이해져선 안된다.

북한이 다시 도발해올 경우 단호히 응징하라" 고 독려. 육군은 수도권 방공포대에 무장대기명령을 내리는 한편 해군 2함대와 맞대고 있는 수도군단과 수도방위사령부의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육군은 북한이 서해안에 신경이 집중된 틈을 노려 동해안이나 내륙지방 등에서 도발하는 '성동격서 (聲東擊西)' 식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전지역의 대비태세를 높였다.

공군은 초계비행을 하루평균 40대에서 80대로 늘렸으며, 평상시 1대이던 공군정보수집기 RF4기의 운용도 2대로 증강했다.

한편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주일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가 도착,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정찰비행에 들어갔다.

주한 미 공군의 고공정찰기 U2기의 정찰활동도 수위를 높였다.

한.미 작전라인은 온종일 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미군 전력 증강배치에 따른 후속 작전을 논의. 한편 군당국은 전날 교전내용을 수정, 고속정이 북한 경비정을 충돌하기에 앞서 북한 경비정 4척이 먼저 고속정을 향해 '박치기' 공격을 시도했다고 소개.

교전시간도 당초 알려진 것처럼 5분이 아니라 오전 9시28분부터 42분까지 총 14분간이었다고 정정.

◇ 북한군 동향 파악 = 국방부 당국자는 "전투가 한번 심각하게 벌어지고 난 뒤엔 통상 적정을 파악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며 "아직 별다른 동태가 없는 것으로 봐 2~3일은 서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기간이 될 것 같다" 고 전망.

전날 파손된 고속정 중 한척은 이미 수리를 끝마치고 재배치됐고, 기관실을 피격당한 한척은 1~2주일 수리하면 다시 재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

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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