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의 록&論]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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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알렉 엠파이어라는 인물이 이끄는 독일의 테크노 - 하드코어 밴드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 의 음악은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하다. 70년대 말 영국식 펑크를 디지털로 만든 리듬 위에 얹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최근 '60세컨즈 와이프 아웃' 이란 새음반을 낸 이들의 음악은 '음악' 과 '외침'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은 소음과 리듬 파트로, 외침은 절규와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요소가 어우러져 (정확히는 '떡' 이 되어) 결국 절규만이 남는다.

그러한 '사운드의 상황' 은 '폭동' 을 사운드의 차원에서 재현하는 결과를 낳는데, 그게 이들이 의도한 바라면 의도한 바다.

반파시즘 단체서 주최하는 정치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다고 하니 정치적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소리를 다루는 태도에서 미루어 짐작건대 이들의 세계관은 다분히 '무정부주의' 적이다. 전망보다는 전망의 무너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혁명'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따위의 메시지가 반복되기는 하지만, 그 메시지들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폭동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의 상황에서 들리는 일종의 '습관적' 인 단어들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의 음악이 다른 누구의 음악보다도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뱉어놓은 배설물 같은 이들의 음악은 속도나 사운드 왜곡의 정도 등등 모든 면에서 극단적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서구의 문명은 언제나 극단적이었다. 아타리는 그런 의미에서 서구문명에 충실한 밴드이다. 배반과 모반의 음악인 듯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들이 파괴하려는 정신의 맨 끝에 있는 충실한 시종들의 음악으로 들린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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