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 잇단 외교실책 올브라이트 퇴진설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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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고 전쟁이 종식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퇴진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코소보 사태와 관련, 러시아의 역할을 과소평가해 클린턴 정부에 결정적인 외교부담을 안겼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사태 초기엔 나토의 공습을 강력히 비난함으로써 서방측에 타격을

가했고, 이후에는 평화중재에 적극 나서 결국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등 외교력을 한껏 발휘했다.

올브라이트는 이밖에도 국방부.중앙정보국 (CIA) 과도 마찰을 빚었고, 무엇보다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의 저항을 과소평가하는 실책을 저질렀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때문에 그의 퇴진설은 지난 4월 나토 50주년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됐을 때부터 나돌았다.

후임자는 북아일랜드 평화를 성공적으로 중재했던 조지 미첼 전 (前) 상원 원내총무가 되리라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상황이 다시 바뀌어 이번에는 코소보 평화안 타결에 핵심 역할을 한 탤벗 국무부 부장관이 유력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탤벗은 클린턴과 60년대말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함께 수학했던 룸메이트. 예일대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타임지에 입사해 유럽과 러시아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했다.

클린턴은 집권 초기 친구인 탤벗을 고위직에 앉힐 경우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인준 과정에서 흠잡힐 것을 우려,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밑에서 부장관을 지내도록 하며 승진시킬 기회를 봐왔다.

퇴임 1년반을 남겨둔 클린턴은 9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예전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리라고 판단, 묵혀뒀던 탤벗 카드를 다시 꺼내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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