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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의 장래와 한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6월 4일 천안문 (天安門) 사태 10주년을 맞아 중국의 장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21세기에 중국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실천할 때까지 미국과 중국은 세력다툼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일이 현재 대북포괄 접근을 기도하고 있는 이 때 미.중관계의 대립은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미.중간에 교량구축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89년은 세계사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은 한해였다.

동유럽에서는 공산주의가 붕괴해 냉전이 종식된 반면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민주화운동을 탄압해, 공산주의체제를 보호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중국당국은 제2의 천안문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반체제인사들을 체포하고 CNN 등 외국방송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78년에 덩샤오핑 (鄧小平) 이 개시했던 개혁 및 개방정책의 결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무의미해지자 장쩌민 (江澤民) 과 주룽지 (朱鎔基) 는 경제발전과 민족주의를 고취해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

현재 1억명에 달하는 실업자들, 부진한 수출과 투자유치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중국지도층은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고 반미 애국심을 동원해 안정과 단결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중국은 분명히 세계최강국이 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나라가 될 것이냐다.

중국이 자유주의체제를 택한다면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고 전체주의로 복귀한다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30년간 중국은 정치에는 일당독재를, 경제에는 시장기구를 채택하는 이른바 '신 (新) 권위주의' 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중국은 대만, 인권 및 강대국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 대립할 것이고 무역.기술 및 투자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이중성을 나타낼 것이다.

특히 중국 국내에서 정치탄압이 증대하고 법치주의 실현이 지연된다면 미.중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교류 및 협력은 계속하기를 원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주유고 대사관 오폭에 대한 반발로 미국과 진행해 온 모든 안보 및 군사교류와 대화를 중단하고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 (WTO)가입과 투자에 관해서만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냉각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에 대해 최혜국대우를 1년 더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반중 (反中)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미 의회가 이 결정에 찬성할지가 의문시되나 클린턴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대중 (對中) 관계개선을 꾀할 것이다.코소보평화 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협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안정 및 한반도의 평화와 대북포용정책도 중국의 협력 없이는 보장될 수 없다.

북한에 대해 미국 다음으로 최대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이 곧 중국이다.

물론 중국정부는 실제로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매년 약 1백만t의 석유와 약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해 온 중국은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94년에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 복귀했을 때 중국은 이면에서 건설적 역할을 했고 95년 서울에 온 장쩌민은 새로운 평화체제가 수립될 때까지 정전협정이 유지돼야 한다고까지 공언했었다.

그후 중국은 미국과 동북아지역 안정문제에 대한 대화도 계속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화가 이제 중단된 상태에서 중국은 한반도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조하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더욱이 중국은 일본이 착수한 전역미사일방위 (TMD) 와 감시위성계획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은 한.미.일이 제시하고 있는 대북포괄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염려된다.

바로 이때 북한의 김영남이 91년 이후 처음으로 최대규모의 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 (北京) 을 방문한 것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만약 중국지도층이 한반도문제도 대미 (對美) 및 대일 (對日) 관계의 시각에서 취급한다면 미국의 협력을 꺼릴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북한문제를 미.중 및 일.중관계와 분리해 다루는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과 대량파괴무기를 억지하는 것은 중국 자체의 국가이익과 동북아 안정에 긴요하다.

최소한 이렇게 지역적인 전략관에 중국이 동의하게끔 한국은 미.중간에 신뢰회복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외교활동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 연세대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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