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도덕성 회복' 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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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옷 로비 의혹사건을 "국민의 정부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 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고, 기대를 걸게 하는 발언이다.

이는 정부 도덕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의 표현이자 앞으로 정부의 대대적인 쇄신작업의 예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30여년 일관되게 견지해 온 민주화투쟁이라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현 정권은 각 분야의 개혁이 제대로 안될 때마다 수구 및 기득권 세력의 방해와 비협조 때문이라고 몰아세우기 일쑤였다.

그런 측면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옷사건은 개혁부진을 더 이상 외부요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게 만든, 집권측으로선 대단히 불행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발생시점이나 처리과정에서 보듯 집권세력 내부에 누적된 도덕적 해이 (解弛) 의 표출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도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서울관저에서 현금이 다발로 3천5백만원이나 도둑맞았지만 그 사건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매듭됐다.

그런데도 대통령경제고문이라는 柳지사는 "정치를 하려면 1억원 안팎을 현금으로 운용해야 한다" 고 말해 집권세력의 정치방식을 의심케 만들었다.

金대통령이 정치개혁추진에 야당의 적극 동참을 강력히 촉구하던 무렵에 실시된 3.30 재.보선에선 국민회의가 정작 50억원의 돈선거를 치렀다는 의혹을 낳게 했을 만큼 이중적으로 움직였다.

여당은 자성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1백1억원의 송사를 제기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게다가 여당은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취득할 수 없는 야당총재 부인의 의류구입 사실이나 국회의원 후보의 병적관리부까지 빼내 야당을 공격하는 비도덕적 행태까지 거리낌없이 보이고 있다.

온 나라가 고관부인들의 일탈된 행태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으로 들끓고 있는 즈음 임창열 (林昌烈) 경기지사는 '55회 생신' 파티를 거창하게 열어 빈축을 샀다.

이번 옷 로비의혹 사건에서도 검찰은 법무부장관 부인을 끼고 도는 듯한 수사태도를 보였는가 하면 집권세력 내부에선 신.구주류간 권력투쟁 및 검경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집권측과 세도가들은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여 민심이반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는 金대통령이 도덕성회복을 추진하려면 우선 국민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이런 여러가지 의혹부터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과감한 문책과 내부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조치에 이어 매사를 공정하고 법에 맞게 처리되도록 하는 제도개혁과 인치 (人治)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귀국한 金대통령이 정부의 도덕성 확립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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