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 펀드 잘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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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현대해상화재·현대산업개발·KCC·하이닉스….

14일 현대자산운용이 판매를 시작한 ‘현대그룹 플러스’ 펀드는 분가한 그룹을 포함한 ‘범현대그룹’의 상장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지난달에는 한국투신운용이 LG와 GS·LS·LIG 등 ‘범LG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대형 그룹들이 점차 분화되고 계열사별 독자 경영이 강조되고 있지만, 펀드 시장에서는 거꾸로 ‘그룹시대’가 부활하고 있다. 그룹주 펀드가 전성시대를 맞으며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18개이던 그룹주 펀드는 올 들어 출시가 잇따르면서 현재 29개로 늘었다. 환매 행렬에 펀드 시장이 얼어붙고 새 펀드 출시도 예년보다 크게 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독주’다.

‘그룹주’가 펀드 시장의 화두가 된 것은 무엇보다 눈에 띄는 수익률 덕이다. 외국인이 증시 주도 세력으로 나서면서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진 영향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그룹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7일까지)은 56%로 일반 성장형 펀드(47%)를 크게 앞질렀다. 유형별로는 현대차그룹주 펀드가 평균 68%를 기록하며 가장 선전했다. 이어 LG·GS그룹(64%), 삼성그룹(54%), SK그룹주(50%) 펀드 순이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업종의 도약으로 삼성그룹주 펀드의 성적이 돋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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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주 펀드는 수도 늘었지만 내용 면에서도 다양해졌다. 2006년까지는 삼성그룹주 펀드뿐이었으나 이후 현대차그룹·LG그룹·SK그룹주 펀드가 속속 선을 보였다. 최근에는 몇 개 그룹을 묶어 3대 그룹, 5대 그룹 형태로 만든 펀드들도 다수 선보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따져봐야 할 것도 늘었다. 같은 그룹명을 단 펀드들도 편입한 종목의 수나 비중에 따라 안정성과 수익률에서도 차이가 난다. 예컨대 한국투신운용의 ‘현대차 리딩플러스’ 펀드의 경우 자동차 업종보다 전기·전자 업종의 편입 비중이 더 크다. 또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SK그룹우량주플러스’는 SK 계열사 외에도 포스코 등 다른 우량주도 상당 비중을 담는다. 이런 경우 분산투자 효과로 위험을 줄인다는 면에서는 유리하다. 또 특정 종목이 부진하더라도 지수를 어느 정도는 좇아가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집중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연구원은 “대형주가 여전히 실적개선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의 선진 지수에 편입되면서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될 여지가 있다” 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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