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너만 사랑할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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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옆구리가 서늘해지는 가을이 오면 주위에 속속 제 짝을 만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들에게 사랑하는 이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설문조사한다면 이런 대답이 나올 만하다.

“너만 사랑할께.” “영원히 기다릴께.” “내가 지켜줄께.”

이런 경우 이처럼 ‘~ㄹ께’로 말하고 또 그렇게 적기 십상이다. 그러나 모두 ‘~ㄹ게’로 표기해야 한다. 받침 없는 동사의 어간이나 ㄹ받침인 동사의 어간 뒤에 붙어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는 ‘-ㄹ께’가 아니라 ‘-ㄹ게’다. 따라서 ‘사랑할게/기다릴게/지켜줄게’라고 써야 바르다.

1988년 맞춤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발음 나는 대로 ‘사랑할께/기다릴께/지켜줄께’에서와 같이 ‘-ㄹ께’로 표기했다. 그러나 맞춤법이 개정되면서 ‘-ㄹ게’의 경우 발음상 된소리가 나더라도 표기상으로 그것을 반영하지 않고 예사소리로 적어야 한다고 바뀌었다. 듣는 이를 높여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요’를 뒤에 붙여도 마찬가지다. “제가 지금 갈께요” “식사를 곧 내어 드릴께요” “소식을 전해 줄께요”와 같이 쓰곤 하나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ㄹ게’와 ‘-요’가 결합한 형태이므로 ‘갈게요/드릴게요/줄게요’와 같이 ‘-ㄹ게요’로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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