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파업철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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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6일 저녁 서울지하철공사 노조가 파업 철회를 발표한 직후부터 서울성동구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는 노조원들이 속속 돌아와 복귀신고를 마쳤다.

복귀신고를 받은 군자차량기지 간부들은 "수고 많았다" 고 위로하며 악수를 청했고, 노조원들은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마지못해 악수에 응하는 표정. 25일 밤 서울대 농성장을 빠져나가 밤새 거리를 헤매다 복귀를 결심했다는 韓모씨는 "돈 몇푼 더 받자고 파업한 것처럼 시민들에게 비춰져 섭섭하다" 며 "8일간의 파업 투쟁이 허망하다" 고 한숨을 토했다.

복귀신고를 접수한 차량기지측은 근무시간대인 조합원들을 곧바로 작업현장에 배치했으며 다른 노조원들은 귀가시켰다.

○…석치순 위원장과 임성규 (林成圭) 사무국장 등 노조 지도부는 오후 6시쯤 명동성당 정문 바로 앞 지휘천막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현업 복귀를 결정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뭔가 긴박한 움직임을 눈치챈 노조원들이 지휘천막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면서 한때 긴장감으로 술렁거렸다.

이어 오후 7시쯤 서울대를 빠져나온 노조원 1천5백여명이 명동성당에 집결하고 곧이어 파업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원들의 얼굴엔 허탈한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큰 충돌 없이 파업이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 다행스러워했다.

그러나 일부 노조원들은 "구속이 무서워 이렇게 끝낼 일을 왜 시작했느냐" 며 지도부에 큰 소리를 지르는 등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2천여명의 노조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정리집회에서 지도부가 "오후 8시를 기해 무조건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고 공식 선언하자 대부분 노조원들은 담담히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나 일부 노조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특히 한총련 소속 대학생 2백여명은 명동성당 정문 앞으로 몰려와 현업 복귀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파업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기도.

○…이날 오후 9시쯤 집회를 마친 노조원들이 삼삼오오 흩어진 뒤 노조 지도부는 잇따라 천막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한 끝에 石위원장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기로 결정. 노조측은 이어 김명희 제2대 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뒤 이후 서울시와의 모든 협상을 金직무대행에게 맡기기로 결정.

○…노조원들은 직권면직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초조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노조원은 "장기간 농성이 끝나 홀가분한 마음도 들지만 직권면직으로 실직자가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고 말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지도부가 민주노총 지침에 너무 이끌려다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짓지 못했다" 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하철 파업철회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파국을 막아 천만다행" 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YMCA 신종원 시민사회개발부장은 "노조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서울시도 파업참가 노조원들의 직권면직 결정에 유연성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참여연대 김형완 연대사업국장은 "노조의 파업철회가 곧 사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합리적 경영혁신과 구조조정 방안이 대화를 통해 도출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하기도.

○…서울서초구방배동 지하철공사 비상대책본부 직원들도 큰 불상사없이 파업이 끝난 데 대해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 직원들은 "파업기간 중 하루 2~3시간밖에 못자면서도 늘 시민들에게 죄지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 편히 잠잘 수 있을 것 같다" 며 "앞으로 파업 참가자와 미참가자 사이에 불신풍조가 싹트지 않기를 바란다" 고 걱정어린 한마디.

김정하.성시윤.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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