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목진석-김승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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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위기상황 돌파엔 '자살수법'이 외길?

제4보 (62~87) =睦4단은 멈출 수 없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62 막고 64 이어 갈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찰나에도 수를 읽어내는 고수인지라 이미 나름의 수읽기를 해놓고 있다. 金6단은 함정을 향해 물밀듯이 들어오는 백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睦4단도 직감적으로 분위기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함정에 빠진척 하면서도 한가닥 빈틈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기야 비관적인 형세에서 건곤일척의 역전을 노리려면 이같은 자살수법 외에는 도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71까지는 외길. 72로 몰았을 때가 하이라이트. '참고도' 흑1로 이으면 백2로 젖힌다. A로 끊으면 백 때문에 축이 되므로 3으로 막아야 하는데 백4, 6으로 탈출 성공. 이것이 睦4단이 본 '빈틈' 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73이란 묘수가 떨어진다. 74는 절대의 응수. 그 다음 75에 이으니 이젠 '가' 로 젖힐 수 없다. 흑이 끊어도 73이 축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결론은 패. 그러나 이 패는 흑의 꽃놀이패여서 백의 파탄이 명백하다. 축을 막는 묘수, 또는 양축을 동시에 막아내는 묘수는 고금에 많았다.

73도 그런 묘수의 계보를 이을 만하다. 87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睦4단은 하염없는 장고에 접어들었다 (83.86은 패 때림).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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