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새뚝이] 제주 세화고 박응선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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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주도북제주군구좌읍세화리 세화고교 1학년 7개 학급 교실은 조례.종례시간과 학급회의.독서시간이 되면 한가운데에 칸막이가 쳐지고 두개 반이 된다.

그런 뒤 두 명의 교사가 앞문과 뒷문을 통해 들어온다.

반마다 담임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학생 수는 17명. 1학년 자조반 담임 이용우 (李龍雨.48) 교사는 "지난해만 해도 40명을 맡았었는데 올해는 학생 수가 적어 사제간의 관계가 한결 더 가까워졌다" 며 만족스러워 했다.

李교사는 얼굴 표정이 어두운 학생을 보면 "너 요새 무신 (무슨) 일 이시냐 (있느냐)" 며 대화를 풀어나간다.

교사가 학생들 표정만 보고도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정도가 되었다.

칸막이를 이용해 교실을 절반씩 가르는 '한 학급 두 담임' 제를 고안해낸 주인공은 이 학교 박응선 (朴應善.62) 교장. 각각의 교실에 40만원을 들여 음식점 등에서 볼 수 있는 밀고 당기는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고 둘로 나뉜 각 반마다 담임을 배치한 뒤 출석부.학급일지.학급회의록을 따로 만들었다.

칸막이는 교과 수업시간에는 없어지고 담임교사가 들어오면 다시 쳐진다.

지난해 9월 늦깎이 교장이 돼 이 학교에 부임한 朴교장은 교실을 증축하기 어려운 학교사정을 보고 "교사당 학생 수를 줄여야 교육이 제대로 될 텐데…" 라는 평소 고민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던 지난 2월초 음식점에 갔던 朴교장은 무릎을 쳤다.

칸막이로 교실을 나누면 된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전체 교사 46명 중 나이든 교사를 제외한 35명을 담임으로 기용해 새 학기를 시작했다.

담임교사의 학생지도 부담이 줄면서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한 건의 교내외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 1학년 고영삼 (17) 군은 "두 반에서 떠들면 다소 소란스럽긴 하지만 반마다 반장.부반장.도서부장 등이 있는 등 역할이 많아져 좋다" 고 말했다.

오는 8월 정년퇴직 예정인 朴교장은 "교육예산도 중요하지만 학교현장을 바꾸는 건 작은 아이디어" 라며 "타성과 답습을 고쳐야 교육이 산다" 고 강조했다.

제주 =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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