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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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세돌, 수읽기 두번 착오로 대세 그르쳐

총보 (1~234) =한학의 거목인 청명 임창순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바둑을 누구보다 좋아하시던 선생이 경기도 마석의 지곡서당에서 바둑대회를 열면 이광호.유초하.유홍준 등 후학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서봉수9단과 장수영9단, 그리고 필자도 단골로 참가했다. 말년에 기우 (棋友) 를 잃고 쓸쓸해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이달 말에 대회를 열기로 하고, 서봉수9단에게 진로배 9연승을 기념하는 글을 한편 써주겠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부음을 듣게 되니 허전하기 그지없다. 입관할 때 제자들이 바둑책을 넣어드렸다고 한다.

이 판은 이세돌의 두 번 수읽기 미스가 승부를 갈랐다. 첫번째는 30의 맥점을 못본 것. 46으로 48에 넘어두었으면 백이 편안한 바둑이었다. 曺9단은 급전을 선택했으나 흑이 패를 이겨 연결해버리자 오히려 바둑이 엷어졌다.

두번째는 69의 실수. 이 수는 귀의 사활을 겁낸 것이지만 '참고도' 흑1로 반상 최대의 곳을 차지할 절호의 찬스였다. 백이 귀를 잡으러오는 것은 17까지 흑이 거꾸로 위험해진다.

72가 묘수여서 65의 한 점은 살아갈 길이 없다. 유유히 74로 전향해 백 우세. 曺9단은 이후 승세를 놓치지 않았다 (51=25, 54=24, 55=48, 181. 187. 193. 199=85, 184. 190. 196. 234=116, 219=25). 234수 끝, 백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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