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지상 백일장]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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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팝나무 꽃집에는

겨우내 흩어져 울던 마른 풀들의 길

하얗게 등불 밝힌 조팝나무 꽃집에는

가지들 휘어지는 소리휘어지다가 일어서는 소리

어머니, 거기 계세요? 무명치마 두르시고

가지런한 이빨로, 누님도 웃으시는군요!

머나 먼 그 꽃등까지 어떻게 오르셨나요

허공 중에 길을 낸 조팝나무 꽃집에는

눈보라 꽃으로 피운 시간들 참 환해

눈보라 꽃으로 털며새 잎 내미는 소리

송광룡

□시작메모

조팝나무 꽃을 보신 적이 있는지,가늘고 기다랗게 자란 가지마다 희디힌 송이눈처럼 수북이 쌓인 꽃 말입니다.

그 꽃이 피기 전에는 거기 조팝나무가 자라고 있는 줄도 몰랐답니다.

야윈 가지들은 꽃의 무게를 못이겨 자주 휘어집니다.

조팝나무에게도 꽃으로 가는 길은 먼 길이지요. 그 낭창낭창한, 활처럼 팽팽한 긴장이 나를 때립니다.

□약력

64년 전남 장성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99년 신춘중앙문예 시조부분 당선. 현재 월간 '금호문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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