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엔 자본주의가 중국을 살려낼까…지금은 중국이 자본주의 구해낼까가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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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글로벌포럼에서 데이비드 필링 파이낸셜 타임스(FT) 아시아 담당 에디터가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동북아시아 번영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중국 60년:그들의 선택은?’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엔 세계 10개국에서 20여 명의 언론인·전문가가 참석했다. [최승식 기자]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글로벌포럼(주제 ‘중국 60년:그들의 선택은?’)에서 참석자들은 중국과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외교 관계 변화 가능성, 향후 중국 경제의 발전 전망, 중국의 정치적 과제 등을 진단하면서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김영희 본지 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앞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환영사에서 “중국 건국 6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중국의 미래와 그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세계에는 중국의 성장을 ‘기회’로 보는 사람과 ‘위협’으로 여기는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며 “그런 판단을 하기에 앞서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마고 시게루(小孫茂)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국장=차기 일본 총리는 미국과는 보다 독립적이고, 중국과는 좀 더 가까워지는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새 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면 중국은 반기겠지만, 그만큼 일본을 덜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일·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중 관계는 미·일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할 때 중국은 일본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정종욱 전 주중 한국대사=지난 60년의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다. 두 사람은 중국을 부유하고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공유했지만 방법이 달랐다. 마오쩌둥은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을 원하면서도 사회주의를 고수했다. 반면 덩샤오핑은 이데올로기를 중시하지 않고, 정치적 안정을 추구했다. 그 결과 소수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런 정치 체제는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 개혁에 집중했던 것처럼 이제는 정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바버라 데믹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이징 지국장=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 미·중 관계가 불편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두 나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것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주중 대사를 역임했을 때부터 가족적 친분이 쌓였기 때문이다. 11월 중순에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향후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는 무역불균형·지적재산권·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갈등 요소로 대두될 수 있다.

▶데이비드 필링 파이낸셜 타임스 아시아 담당 에디터=중국 경제가 급성장했음은 통계 수치로 증명된다. 30년 전에는 자본주의가 중국을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지가 이슈가 됐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균형 잡히고 안정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멜린다 류 뉴스위크 베이징 지국장=중국에서는 ‘3T와 1F’가 문제였다. 천안문(톈안먼·天安門)·타이완(대만)·티베트가 3T, 파룬궁이 1F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결되고 있다. 대신 두 개의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하나는 창의력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한족의 배타성이다. 첫째는 교육에서 비롯된다. 중국에서는 산학협동이 잘 이뤄지지 않으며, 고급 인력은 해외 유학파가 차지하고 있다. 한족의 배타성은 맹목적 애국주의나 국수주의로 나타난다. 티베트나 신장(新疆) 사태에서 보듯 한족들은 소수민족이 골칫거리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려면 민족적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최종 정리 발언에서 “베트남 전쟁 이후 아시아 지역에 평화가 유지되는 데는 중국의 역할이 크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우호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 미·중 공조 덕분에 북핵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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