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귀의 날] ‘귀차니스트’는 귓병 없답니다, 귀지를 그냥 놔두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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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귀는 세상과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다. 귀는 눈이나 입과 달리 항상 열려 있다. 세균이나 이물질 등 귓병을 일으키는 것도 이렇게 귀가 외부를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흔히 발병하는 귓병의 실상과 대책을 알아본다.

수영 후 멍하고 안 들린다고 후비면 염증 생겨

귓바퀴는 3000여 개의 솜털로 덮여 귀지를 만들면서 귀를 보호한다. 그런데 수영장같은 곳에 다니다 보면 귀지가 물에 불면서 S자형의 이도(耳道)를 막아 ‘귀가 멍하고 잘 안 들리는’ 경험을 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답답한 심정에 귀를 후비는데, 이때 피부가 손상돼 염증이 초래되면 외이도염이 발생한다.

특히 귀지가 촉촉해지면서 배지 역할을 하게 되면 균이 급속히 증식한다. 일단 외이도염이 생기면 귀를 살짝만 건드려도 통증이 생긴다.

외이도염은 안 만지는 게 상책이다. 이후병원에 가서 외이도를 깨끗이 세척하고 건조시켜야 한다. 염증이 심할 땐 항생제 치료도 받아야 한다. 간혹 귀 마디에 고름이 잡히기도 하는데 이땐 절개한 뒤 고름을 빼내야 한다.

급성 중이염, 2주는 약 복용해야

급성 중이염은 어린이 열 명 중 아홉 명이 한 번 이상 앓을 정도로 빈발하는 병. 어릴수록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이 짧고 넓은 데다 직선으로 생긴 탓에 코와 목의 분비물이 쉽게 중이로 들어와 발생한다. 다행히 열이 나면서 귀에 통증이 심해 쉽게 발견된다. 말 못하는 영아도 귀를 만지고 보채면서 울어 알아채기 쉽다.

고막에 구멍이 난 줄 모르는 상태에서 수영을 하다가 코로 들어간 오염물질이 중이로 침투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역시 통증과 함께 발열·이루·이명·난청 등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와 진통제를 복용하면 다음날부터 증상이 좋아지지만 약은 10일~2주간 복용해야 한다.

귀에 들어간 벌레 핀셋으로 꺼내려다 큰일

가장 흔한 이물질은 물이다. 다행히 외이와 중이를 연결하는 고막 덕분에 물이 귓속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흔히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머리를 기울인 뒤 몇 번 제자리뛰기를 하면 물이 쉽게 빠져나가는 이유다.

야영 등을 하다가 벌레가 귀에 들어왔을 땐 일단 어두운 방에 들어가 손전등을 귓구멍 앞에 비춰 주자. 대부분의 벌레는 빛을 향해 쉽게 빠져나간다. 금해야 할 일은 핀셋 등으로 벌레를 꺼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자칫 귓속 피부에 손상을 주는 것은 물론, 벌레가 더 깊숙이 들어갈 위험도 있다.

간혹 단추 같은 이물질이 귀에 들어갈 때도 있다. 이땐 귓바퀴 위쪽을 뒤로 잡아당긴 뒤 귓구멍에 따뜻한 물을 흘러넣어 단추가 빠져나오게 하는 게 방법이다. 이런 시술은 간단해 보여도 자칫 고막에 손상을 주는 등 문제를 불거지게 할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도록 한다.

손톱이나 머리핀은 안돼

귀지는 노화된 표피세포와 피지선의 기름기가 섞여 만들어진 생리적 부산물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먼지를 밖으로 배출한다. 따라서 귀지는 가급적 그냥 방치하는 게 좋다. 굳이 귀지를 파내고 싶더라도 손톱이나 머리핀 등으로 후비는 행위는 삼갈 것. 대신 멸균된 면봉에 베이비 오일을 묻혀 닦아내는 정도가 좋다. 만일 시원하고 안전하게 파내고 싶다면 이 역시 이비인후과에서 제거하는 게 좋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일러스트=강일구

도움말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선오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홍성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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