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유종근 전북지사·대통령 경제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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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만난 사람="김정수" 전문위원>

국민의 정부 출범전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전도사이자 설계사' 로 누구보다 바쁘게 뛰던 유종근 (柳鍾根) 전라북도 지사 겸 대통령경제고문이 요즘 말수가 줄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여.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본사 김정수 전문위원이 만나봤다.

- 대통령을 얼마나 자주 만나, 무슨 얘기를 하는가.

"1년전에는 비상시라 한 주에도 여러번 뵙고 조언을 드렸다. 그러나 요즈음은 국가의 위기상황이 지났고 해서 1달에 2~3차례 내가 면담을 신청해 독대하고 있다. 화제는 주로 국가와 관련된 것이고, 지방문제로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는다. "

-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중앙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겉으로만 지방자치이지 내용으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중앙자치라고 해야할 것이다. "

- 중앙정부의 어떤 권한이 지자체에 이양돼야 하는가.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부터 잘못됐다. '지방정부' 라고 바로 잡아야 옳다. 일반 행정뿐 아니라 특히 교육과 치안문제등을 주민이 직접 뽑은 지사가 책임지고 총괄해야 한다고 본다. 현실은 지사가 중앙에서 임명받은 검사장, 경찰청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해서 무슨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겠나. 임명된 관리는 주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법이다. "

- 중앙과 지방간의 재정재분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정부의 재정재분배 기능이 극히 빈약하다. 소득세 등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세원이 고르지 않아 지방간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선진국처럼 중앙정부가 지역의 1인당 평균소득.실업률 등 재정부담능력을 감안, 재정을 재분배해야 한다. "

-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개인견해는.

" '작은정부' 는 무조건 공무원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작은정부란 정부가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는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본 뜻이다. 즉 중앙과 지방, 정부와 민간간의 권력의 재분배를 말한다. 지금처럼 중앙이나 지방정부나 일률적으로 30%를 줄이라는 식은 문제가 있다. "

- 정책결정 권한이 대통령에게 너무 몰려있다고 한다.

"모든 정책의 결정은 대통령이 최종 책임지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 지난 1년간 부문별로 구조개혁이 잘 된 순위를 매긴다면.

"금융, 노동, 재벌, 공공부문의 순이다. "

- 금융 구조개혁을 하면서 관치금융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관치금융의 가장 큰 폐해는 은행이 대출결정을 관의 입김하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의 결정에 의해 대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또 금융기관의 재무개선을 위해 마지못해 정부가 지분참여를 하는 것을 관치금융 시대로 되돌아 가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지나치다. "

- 노동계가 정리해고에 대해 반대주장을 굽히고 있지 않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아직도 고용조정의 절차가 매우 어렵게 돼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법테두리안에서 고용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반드시 노조측과 성의있는 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

- 노동문제에 관해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

"설득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는가. 노조의 피해의식을 해소시키고 정리해고의 쓴 약을 수용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재벌 구조조정이 좀 더 성의껏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재벌 경영진은 겸허하게 도의적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말 회사를 잘못 경영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은 회사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겠는가. "

- 빅딜의 내용과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코멘트. .. (주변에선 유 지사가 빅딜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고 귀뜸했다) ."

- 재벌개혁이 잘 안되는 까닭은.

"책임경영이 안되고 있고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어서다. 법은 만들었는데 재벌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부당내부거래를 하는 재벌들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을 매기면 관행이라면서 이의를 신청하고 있다.

법을 어긴 것을 관행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주들이 경영을 감시하고 그 책임을 묻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

- 공공부문의 개혁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인 과정을 거칠수 밖에 없는 것이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지난해의 정부조직 개편의 결과가 오히려 손을 대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정리 =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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