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세자가 납특하는 稅政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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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세청이 어제 확정한 국세행정개혁안은 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의 세정 (稅政) 개혁으로 불리고 있다.

부분적 손질이나 보완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업무체계나 제도.조직.인사 등 국세행정체계의 전반을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세정개혁안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국민 세부담의 불균형 시정문제다.

업종.계층간 세부담 불균형은 우리 세정의 고질적 문제임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국세청은 우선 2001년부터 영세사업자에 대한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이들에 대해 낮은 부가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당수 사업자들의 탈루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공평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들 간이 및 특례혜택 사업자는 부가세과세사업자의 절반이 넘는 1백50만~1백60만명에 달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이들에게 정상과세할 경우 영세사업자의 세부담 증가 등 적잖은 문제가 예상되므로 2001년까지의 유예기간 중 성실한 장부작성 유도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정상과세기반을 마련토록 해야 할 것이다.

고질적 문제분야인 의사와 변호사.연예인 등 자유직업자와 개인자영사업자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과표양성화를 추진키로 했다.

국세청은 곧 이들의 과세실상을 부분적으로 공개해 명분을 축적한 다음 정밀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보유 상황과 생활수준 등을 납세실적과 전산으로 연계분석하는 일은 말처럼 간단치 않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세원 (稅源) 추적과 그에 상응한 과세가 되지 않는 한 공평과세 구현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세무부조리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앞으로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의 대면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키로 한 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현재의 지역담당제 아래서는 담당직원이 사업자등록에서부터 세무신고접수 - 조사 - 징수 등 모든 기능을 일괄하고 있어 납세자는 때만 되면 '인사' 를 하지 않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종사직원이 임의로 자료처리를 하지 못하게 하고, 부조리발생 소지가 많은 양도소득세.상속세.증여세 등 3대 재산세는 인위적 조사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등 먹이사슬을 차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수십년 관행이 어찌 쉽게 깨질 리 있겠는가.

투명하고 공평한 과세로 납세자가 납득하는 세정을 확립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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