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재회담 왜 머뭇거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취임 1주년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1년의 공과를 반추하고 국리 (國利)에 봉사하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1년이 보통의 1년이 아니고 역사상 처음의 여야정권교체 실험기였기에 1주년의 의미는 더욱 그러하다.

1주년을 맞이해 일반국민의 여론이나 식자층의 논평을 보면 지난 1년의 여야정치는 거의 낙제점인 것이 분명하다.

金대통령도 며칠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여야의 공동책임을 인정했으며 야당 또한 지난 정치파행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정치를 보는 시각은 국제사회도 다르지 않아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국경제 회복의 장래성에 정치상황을 주요한 조건으로 걸고 있다.

여야를 포함한 전 사회가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면 이제부터는 주저하지 말고 해결책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 작업의 첫번째 걸음은 金대통령과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총재가 만나는 총재회담이어야 한다.

李총재가 7일로 예정했던 방미 (訪美) 를 연기한 것 등으로 보아 조만간 한나라당이 응해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정계개편 포기와 서상목의원 불구속처리 등에 대해 여권이 확실한 보장을 하지 않는 한 회담이 필요 없으며 추가 지역집회가 더 효과적이라는 강경론이 남아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선 한나라당이 더 이상 조건을 달지 말고 회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에 대한 金대통령의 언급을 믿을 수 없다고 하나 대통령의 신뢰성에 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정계개편 같은 문제야 말로 회담에서 여야총재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사안이기도 하다.

여야가 각기 자기세력에만 신경을 쓰는 정계개편 같은 문제는 정작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1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구름처럼 덮여 있는 국난극복의 난제들을 어느 당이 성의껏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여야가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 노동계는 노사정위를 빠져나가 춘투 (春鬪) 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빅딜후유증, 엔저 (低)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 막판국면의 북한 핵의혹, 국민연금.의약분업 같은 민생현안, 정치개혁 등 여야가 혹은 협의하고 혹은 국민에게 각자의 안 (案) 을 제시해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시급히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야 할텐데 여야가 왜 말만 하고 빨리 총재회담을 하지 못하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