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라운드 대응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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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의 해외뇌물거래방지협약 발효를 앞두고 국내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LG.쌍용 등 주요 기업들은 기업윤리강령 마련과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경유착의 근절과 함께 부패라운드 시행에 대비해 해외진출기업의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업윤리헌장을 다시 손질해 내놓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부패관행에 무감각해 온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반 (反) 부패 바람을 이 정도로 피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해외뇌물방지협약은 90년대 이후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70년대 후반 일찍이 자국기업의 해외뇌물제공을 금지한 미국은 국제상거래에서 검은 거래로 자국기업들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문제를 제기해 왔고, 결국 OECD를 통해 제도화에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협약의 제정배경이 선진국들의 이익보호라는 점에서 주견제대상은 개도국시장에서 선진국과 경합관계가 많은 한국 등 중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기업의 경우 부패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데다 좀처럼 그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투명성위원회가 지난해 밝힌 청렴도 지수에서 한국은 85개국중 43위로 OECD회원국 중 멕시코를 빼면 최하위다.

따라서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만연된 부패관행을 수시로 문제삼아 해외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할 것이며, 특히 프로젝트 발주기관이 업체선정시 평가항목에 부패 정도를 포함시키면 국내기업은 결정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해외뇌물거래방지법 시행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을 분야로 해외건설.조선.플랜트 등이 꼽히며 현지공장과 해외영업망이 많은 전자.자동차산업도 적지 않은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여기에 법에는 걸리지 않더라도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히면 회생이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뇌물거래방지법에는 예외조항으로 뇌물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인 기업은 형사책임을 면해주게 돼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로선 사전에 윤리강령채택.서약서작성 등 뇌물방지노력을 문서화하고 정기적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역시 기술력.가격경쟁력 등을 높여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일일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은 이제 세계화된 경제에 새로운 화두 (話頭) 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금융위기에 대해선 상당부문 신흥시장의 부정부패가 원인이었다는 반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뇌물추방은 기업이건 정부건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경영환경을 투명하게 해주고 부패척결을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들도 차제에 거추장스러운 법이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보다 투명한 국제상거래를 길러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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