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 증언무산]여론이 클린턴편…물건너간 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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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모니카 르윈스키를 소환해 상원에서 직접증언토록 하자는 하원 기소팀의 제안이 부결됨에 따라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증언 비디오테이프 검토와 다음 주말께로 예상되는 최종표결뿐이다.

이미 최종표결에서 탄핵결정에 필요한 상원 재적의원 3분의2 (67표) 의 찬성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탄핵재판 과정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초당파적 표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미국의 민심은 클린턴 탄핵재판에 식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재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클린턴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민들에게는 클린턴의 문란한 사생활에 대한 거부감보다 전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업적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는 얘기다.

탄핵재판 자체가 이미 특별검사에 의한 성추문사건 조사의 재탕인데다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았고, 탄핵재판이 양당간의 치열한 당파싸움 양상으로 비춰진 것도 상원이 서둘러 재판을 종결하게 된 배경이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결과가 뻔한 재판을 증인 소환등으로 질질 끌어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미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사실상 참패한 데 이어 이번 재판결과가 오는 2000년 총선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국민들의 높은 인기를 누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의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지지기반 상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이 때문에 논의를 조속히 종료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아무런 소득 없이 탄핵절차가 종결될 경우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대안을 모색중이다.

클린턴의 행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응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민주당도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클린턴의 행위 자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이번 탄핵재판은 견책정도의 징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클린턴의 대통령직은 인정하되 클린턴 개인의 행태에 대한 최종심판은 역사에 맡겨두겠다는 정치적 타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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