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어쩌다 선배 잡는 후배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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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수사결과 발표와 심재륜 대구고검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선배 검사들의 조사.징계를 맡은 검사들의 고민이 많다.

오는 3일 열리는 징계위원회 멤버는 위원장인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을 비롯, 최경원 (崔慶元.사시8회) 법무차관.김상수 (金相洙.사시6회) 서울고검장.박순용 (朴舜用.사시8회) 서울지검장과 신승남 (愼承男.사시9회) 법무부 검찰국장.김경한 (金慶漢.사시11회) 교정국장.이종찬 (李鍾燦.사시12회) 대검 총무부장 등 7명. 이중 朴장관과 金서울고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시 7회인 沈고검장의 후배 검사들이다.

징계위원회 소속 한 검사장은 "모두 앞에서 내 의견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제발 沈선배를 징계위에서 대면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며 "엄격한 상명하복 (上命下服) 의 검찰조직에서 어쩌다 '선배를 자른 후배' 란 악역을 맡게 됐는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沈고검장에 대한 징계는 김태정 검찰총장의 최종 의견을 들은 뒤 징계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되며,가부 동수일 경우 朴장관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그러나 표결방식에 대한 구체적 제한이 없어 그동안 징계위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힌 후 사실상 만장일치로 징계수위가 결정돼 왔다.

이런 곤혹스러움은 동료.후배 검사들의 옷을 벗겨야 하는 수사팀도 마찬가지.

특히 지난 20일간 사실상 수사사령탑의 역할을 해온 김승규 (사시12회)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 도중 갑자기 통곡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다.

金감찰부장은 리스트에 오른 검사 이야기를 꺼내다 감정이 복받친 듯 "감찰부장은 정말 못할 자리야. 불평없이 일만 해온 검사들이 불쌍해…"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金감찰부장은 "해당 검사들이 손이 떨려 제대로 쓰지 못할까봐 미리 사직서 양식을 만들어 서명만 하도록 했다" 며 "여러분은 그 심정을 아느냐" 고 울먹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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