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검찰, 대국민 사과등 앞두고 긴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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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수사와 연루 검사 조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31일 검찰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사팀 전원이 출근, 수사 결과를 점검하고 발표문을 작성하는 등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특히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이 오는 3일 징계위원회 개최에 반발, 제2의 폭탄선언을 하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沈고검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김승규 (金昇圭) 대검 감찰부장과 김태현 (金泰賢) 감찰1과장.이승구 (李承玖) 중수1과장 등 1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원성 (李源性) 대검차장 방에 모여 점심도 거르며 발표문 작성에 몰입. 이들은 조근호 (趙根晧) 범죄정보과장이 작성한 47쪽의 발표문 초안을 놓고 단어 하나하나를 검토해가며 5시간 이상 숙의를 거듭.

발표는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해 온 李대검차장이 하고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 한 대검관계자는 "우리가 발표할 내용이 뭐든간에 언론이 봐주기식 수사라고 욕할 게 뻔해 맥이 빠진다" 며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뒤져댔으면 沈고검장이 항명까지 해가며 반발하겠느냐" 고 강조.

○ …김태정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문의 내용에 대해 검찰 안팎의 관심이 고조. 金총장은 사과문을 통해 대전 법조비리 및 항명사태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데 대해 사죄한 뒤 특히 자신의 손으로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괴로운 심경을 피력할 방침.

그러나 검찰 간부들은 沈고검장이 지적한 '정치적 중립' 문제에 대해 '묘수' 를 찾지못해 밤늦게까지 회의를 여는 등 고민하는 모습들. 검찰의 한 간부는 "金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과거의 몇몇 사례를 들어가며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는 정당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고 설명.

○…2일 법조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할 법무부도 주무부서인 검찰1과를 비롯, 주요 부서 검사들이 출근해 극도의 보안속에 발표문을 준비. 법무부 관계자는 "당일 발표할 내용에는 모두가 깜짝 놀랄 강도높은 법조비리 근절대책이 포함될 것" 이라고 예고.

한편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은 "대전비리에 이은 沈고검장 파동으로 검찰이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며 "조직기강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밤샘작업을 해서라도 인사작업을 서둘러라" 고 지시.

○…대법원은 31일 검찰로부터 조사대상자 5명의 명단을 통보받고 비밀리에 자체조사에 착수.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일단 검찰이 넘긴 조사기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단계" 라며 "이르면 2일부터 개별 판사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일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법관들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은 전별금을 갖고 징계한다면 수긍할 수 없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징계에는 난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복.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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