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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ATHENS] 대표 선수 분야별 최고 체력을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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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은 과연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힘이 셀까. 스포츠의 과학화는 그 해답을 알려준다. 매년 대표선수들의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과학연구소에서 지난해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19개 종목 193명을 대상으로 한 측정 결과다. 독자 여러분들의 체력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무쇠팔

어린 시절 한번쯤 불러봤을 '마징가Z'의 주제가 "무쇠팔~무쇠다리~로케트 주먹~!" 팔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는 아마 튼튼한 팔뚝이 힘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 팔뚝을 만져보자. 단단한가. 아니면 보드라운 밀가루 반죽 같지는 않은가. 잠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는 만큼. 10개를 넘었는가. 20개? 30개?

체육과학연구소 윤성원 전문체육실장은 "정확한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운동이 부족한 보통의 도시 샐러리맨들은 쉬지 않고 30개를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테네 전사'들은 어떨까. 체육과학연구소에 실시한 기초체력 검사에서 팔굽혀펴기 평균은 72.1개였다. 그 중에서 1등은 유도 60㎏급의 최민호(24.창원경륜공단)다. 119번의 팔굽혀펴기를 쉬지않고 해냈다.

턱걸이도 팔힘을 알아보기에 좋은 운동이다. 국가대표 남자 선수들의 평균은 18.11개. 1등을 한 체조 양태영(24.경북 체육회)은 25회다. 중.고교 시절 체력장 때 흔히 쓰던 배치기(앞뒤로 흔들면서 하체의 반동을 이용하는 턱걸이)는 쓰지 않은 기록이다.

윤 실장은 "일반인 중에선 턱걸이를 10개 이상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팔힘 하면 무조건 역도선수가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체조선수들의 팔힘이 세다"고 말했다. 링이나 안마 같은 종목에서 몸의 원심력을 팔로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몸이 가벼워 턱걸이에 유리한 점도 있기는 하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 유연성

"저 친구는 정말 몸이 유연해."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의학적으로 유연성은 '신체의 각 관절이 움직이는 가동범위'를 뜻한다. 관절을 이루는 근육과 인대가 튼튼할수록 유연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이 유연하면 그만큼 운동능력도 높고 운동할 때 잘 다치지 않는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라고 불린 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코치를 평할 때 야구전문가들은 "몸이 가장 부드러운 야구선수"라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면서도 부상이 없었다.

유연성 측정은 두가지 방법으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다. 우선 윗몸 앞으로 굽히기(체전굴)다. 서 있는 자세에서 윗몸을 앞으로 굽혀 손바닥이 땅에 닿는가? 또 하나. 바닥에 엎드려 두 손으로 뒷짐을 진 뒤 턱을 들어 윗몸 뒤로 젖히기(체후굴)를 해보자. 과연 턱이 얼마나 들릴까.

체육과학원 국민체력센터 선상규 소장은 체전굴과 관련해 "복부비만일 경우에는 손끝이 땅에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유연성은 스트레칭으로 좋아질 수 있다"면서 "운동 전 5 ~ 10분, 운동 후 3 ~ 5분은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허리를 굽혀 손바닥이 땅에 닿지 않는 사람은 당장 스트레칭을 시작하자. 꾸준한 스트레칭은 살을 빼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성백유 기자<carolina@joongang.co.kr>

*** 폐활량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들고 부른다. "너라는 감옥에 난 갇혀~ 그저 울고 있잖아~ 나올 수가 없잖아~~~~."

안타깝다. 음정.박자 다 좋은데 숨이 가빠 끊겼다. 혹시 아는가? 이 노래 '사슬'을 부른 대중가수 서문탁이 복싱을 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힘차게 내지르는 샤우팅 창법이 매력인 그녀는 힘과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복싱을 배웠다고 한다.

운동은 폐활량을 키워준다. 일정 이상의 폐활량은 운동선수에게 기본이다. 수영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폐가 들이마시는 산소량은 고스란히 에너지로 직결된다. 폐가 크다고 잘 뛰는 건 아니지만 부실한 폐로 마라톤 월계관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보통 사람보다 폐활량이 두 배 이상 이었다. 제주 해녀 출신인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한다.

아테네 올림픽 참가선수 중에선 수영 평영 100m에 출전하는 유승현(한국체대3)의 폐활량이 가장 크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한번에 뱉어낼 때 6340cc를 내뿜었다. 일반 남성은 2500 ~ 4000cc다.

여자 중에선 뜻밖에 역도 무제한급(75㎏ 이상)의 장미란(원주시청)이 4780cc로 최고다. 여자선수의 평균치인 3873cc(일반 여성은 1800 ~ 3000cc)를 훨씬 웃돌았다. 역기를 '단숨에' 들어올리는 게 훈련이 돼서 그런가? 윤성원 실장은 "대개 덩치가 크고 가슴이 넓은 사람이 폐활량도 크다"고 설명했다. 씨름선수처럼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장미란이 이 부문에서 으뜸을 차지한 까닭이다. 윤 실장은 "유산소 운동을 할수록 폐활량은 강화된다. 하지만 운동능력과 비례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만약 생일 케이크 촛불을 한번에 못 끈다면 필히 운동을 해야 한다.

강혜란 기자<theother@joongang.co.kr>

*** 민첩성

지금 선 자리에 점을 하나 찍어보자. 그 점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120㎝ 되는 지점에 평행한 선을 그리자. 그리고 초시계를 하나 가져오자.

"시작" 구령과 함께 먼저 몸을 왼쪽으로 날려 왼발로 왼쪽 선 바깥 부분을 밟은 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중간점을 밟는다. 그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뛰어 오른발로 오른쪽 선 바깥 부분을 밟는다. 그리고 다시 반대로. 이렇게 20초 동안 왔다갔다 한다. 기록은 선을 넘거나 점을 밟을 때마다 1회씩 올라간다.

민첩성을 알아보는 '사이드 스텝 테스트'다. 막상 해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격한 테스트다. 체육과학연구소 윤성원 전문체육실장에 따르면 일반적인 20 ~ 30대 남성은 30회를 넘기기 힘들다. 그러나 남자 대표 선수들의 평균은 48.56개다. 그중에서도 육상 창던지기 선수인 박재명(23.태백시청)은 55개의 사이드 스텝을 찍었다. 1초에 세번 꼴로 욌다 갔다 한 셈이다. 창던지기가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운동 같지만 투척 순간에 양쪽 어깨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좌우로 이동하는 민첩성이 발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자 선수 중에서도 창던지기의 장정연(27.익산시청)이 48개로 1등을 차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다른 민첩성 테스트는 50m 달리기. 체육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남자 선수들의 평균 기록은 7.17초다, 여자 선수들은 8.17초. 남자 중에선 '팔뚝대장'을 차지한 체조의 양태영이 6.27초로 또 1등이다. 날다람쥐처럼 날랜 몸놀림 덕분이다. 여자 중에선 역도 75㎏의 김순희(27.경남도청)가 7.56초로 1위를 차지했다. 윤 실장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역도도 알고 보면 근력 만큼이나 민첩성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순발력도 민첩성과 관계가 있다. 근육이 순간적으로 빨리 수축하는 힘이다. 순발력이 좋은 선수는 그만큼 빠르다고 할 수 있다.

50m달리기와 제자리 멀리뛰기로 측정한 순발력에서도 양태영은 또 1등이었다. 선상규 소장은 "체조는 힘과 유연성이 필요한 운동"이라면서 "체조선수가 이 두개 부문에서 1위를 한 것은 그만큼 체조가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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