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금자리 주택 확대, 또 다른 투기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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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부가 수도권에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32만 가구분의 보금자리주택을 현 정부의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앞당겨 짓기로 했다. 사실상 녹지로서의 효용가치가 없어진 그린벨트를 미리 풀어 싼 값에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2012년까지 수도권에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60만 가구(분양 26만 가구, 임대 34만 가구)로 늘어나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난을 해소하고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번 조치가 그린벨트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정책의 정상화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본다. 규제와 단속으로 집값을 때려잡으려 했던 이전 정부의 주택정책을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정도(正道)로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완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보금자리주택을 빨리 짓는다 해도 주택 공급이 실제로 늘어나는 시점은 앞으로 2년 후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은 그동안 왜곡된 주택정책을 바로잡는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은 문제는 단기간에 싼 값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선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최대 반값까지 낮추기로 함에 따라 예상되는 투기 과열을 막는 일이 시급하다. 시세차익이 큰 만큼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와 불법 전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를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값 분양이 주변 시세를 떨어뜨리기보다는 투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면 차라리 분양가 인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시세차익을 정부가 확보해 향후 공공주택의 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