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청소년 '그들만의 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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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야, 살까게 야리지 말고 짜져. " 서울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영희 (金英姬.40) 씨는 최근 두 아들의 대화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 (17) 이 중학생 동생 (13)에게 하는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 金씨는 아들의 말이 '무섭게 째려보지 말고 보기 싫으니 사라져라' 는 뜻이란 걸 알고선 더욱 놀랐다.

자신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회사원 손재영 (孫在英.33) 씨 역시 최근 대학생인 조카 (22)가 친구와 전화 대화에서 사용하던 '욜라' (매우) '새탈' (새벽에 갑자기 떠나는 여행) 등의 단어를 이해할 수 없어 당혹했다.

젊은층의 언어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40대 이상의 장년층은 물론 청년층에 속하는 30대들도 무슨 뜻인지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와 어법이 10~20대의 대화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젊은층의 언어 파괴 현상은 최근 급격히 확산돼 20대 이하와 그 이상 세대간의 의사소통에 단절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청소년들 사이에 '그들만의 언어' 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PC통신 인구가 크게 늘면서부터. 주로 10대들이 통신상에서 특유한 '통신 언어' 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최근엔 PC통신.인터넷 등의 사이버 공간 활용이 일상화하면서 과거 사이버 공간에서만 사용되던 화법과 은어가 일상생활로 번지고 있다.

또 사이버 공간의 독특한 화법에 익숙한 10대들이 20대 청년층으로 성장함에 따라 언어파괴 현상이 20대로까지 확산된 것. 10대들이 만드는 인기 청소년웹진 (인터넷 잡지) '채널 10 (http://www.ch10.com)' 이 최근 선보인 '길거리 단어장' 코너.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그들만의 단어' 1백여개를 소개한 이 코너를 살펴보면 '까대기' (이성친구 사귀기) '영따' (영원한 '왕따' ) '빼깔이' (백댄서) 등 기성세대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에 등장한지 반년도 안돼 4백만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패러디 웹진 '디지털 딴지일보' 역시 변화된 언어 지형도를 반영하고 있다.

20대를 주독자층으로 하는 이 웹진은 '당근' (당연히) '졸라' (대단히) 등의 단어를 아예 '표준어' 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대 이주행 (李周行.국문학) 교수는 "급격한 정보화와 세대간 문화 단절에 따라 젊은층만의 독특한 언어 사용이 확산.정형화하고 있다" 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시정 노력이 없으면 세대간.집단간의 심각한 언어 괴리현상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최재희.우상균 기자

◇언어파괴 사례(은어=표준말)

까우=멋,깔=여자친구, 깔쌈하다=멋져보인다

다리깐다=둘이서 싸우다, 말리다=몹시 하고 싶어지다

반콩=성접촉, 뽀리다=훔치다, 삐야=삐삐

삥=돈,사발=거짓말, 센터깐다=가방검사하다, 쉐리=새끼

식후땡=밥먹고 피우는 담배, 쌩까다=모른체하다.

야리까다=담배피우다, 에끼=애인, 원빵=1대1로 싸우는것

존니=아주 많이, 짝퉁=가짜, 짭시리=조잡하고 구차하다

짱난다=화난다.열받는다, 쪼가리=이성친구

쪼시다=이성에 관심을 표하다, 학구=학구파,

황당띠용=매우 황당함, 훨=훨씬.매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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