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9프로농구]벤자민,삼성 만능 살림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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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9월 프로농구 삼성이 일본에서 전지 훈련할 당시 이슈아 벤자민은 '긴가민가한 선수' 였다. 성실하고 착했지만 지독한 향수병 때문에 연습이 끝나면 혼자 방에 틀어박혀 눈물을 쏟는 벤자민이 삼성 코칭스태프는 미덥지 않았다. 특히 '화끈한' 선수를 좋아하는 김동광 감독의 불만은 대단했다.

그러나 98~99시즌이 3라운드에 들어선 지금 벤자민은 삼성의 보배다. 삼성이 6일 현재까지 단독선두를 지키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가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경기당 24득점.6.6리바운드.3.3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득점.리바운드는 팀내 2위, 어시스트는 팀내 3위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지명된 선수로서는 최고의 활약이다.

김감독은 "정말 쓸모있는 선수" 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일단 임무를 줘서 내보내면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센터 버넬 싱글튼이 부상에 시달리는 동안 팀을 지킨 점이 특히 돋보인다.

착실하고 착한 성격도 돋보인다. 삼성 선수들중 벤자민을 싫어하는 선수는 없다. 특히 문경은과 사이가 좋다. 경기전 자장면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할 만큼 한국 문화에도 푹 젖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삼성 선수중 가장 많은 턴오버를 기록하고 있는데서 보듯 기복이 심하고 터프한 맛도 부족하다. 벤자민의 턴오버는 경기당 4개나 된다. 리그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벤자민은 많은 견제를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또 거의 매경기 풀타임 기용되다 보면 체력의 열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점이 삼성 코칭스태프로서도 고민거리다.

그러나 김택훈이 부상에서 회복해 주전멤버로 복귀하고 노기석.강양택 등이 2라운드까지 보여준 파이팅을 유지한다면 벤자민이 부담을 덜고 지금처럼 팀에 공헌해줄 것으로 김동광 감독은 기대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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