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본부'승진 본부'재무·관리통들 대거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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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구조조정본부와 재무통, 호남 출신 - . 주요 대기업의 연말인사는 예년과 달리 소폭으로 이뤄지고 구조조정 담당 임원들과 호남 출신 인사들이 '날개' 를 단 게 특징이다.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재무통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주요 그룹들이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을 포함한 사업구조조정을 새해에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기 때문. 또 앞으로 각 그룹의 계열사를 절반 이상 감축하기로 돼있어 발탁.사장단 인사가 크게 줄어들었다.

새 정부 들어 여권과의 '창구' 마련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호남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재계의 새 흐름이다.

◇ 구조조정본부장 전성시대 = LG의 강유식 (姜庾植)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SK의 유승렬 (劉承烈) 전무가 부사장으로 본부장 자리를 차지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특히 LG의 전임 구조조정본부장인 이문호 (李文浩)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그룹의 주력기업인 LG화재 등 금융부문을 사실상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에 앞서 SK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이던 손길승 (孫吉丞) 부회장은 지난 9월 5대 기업 가운데 최초의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돼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그룹 경영전략팀장을 맡았던 이계안 (李啓安)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돼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삼성 이학수 (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도 연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성하 부장은 "내년에도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되기 때문에 각 그룹이 연말인사를 통해 구조조정 임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 풀이했다.

◇ 재무통의 약진 = 현대.삼성.LG.SK가 재무팀장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최고경영자의 참모역할을 맡고 있는 재무담당 최고경영자 (CFO) 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

현대의 경우 경영전략팀 재무팀장인 노정익 (盧政翼)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전략팀장을 맡았다. 현대자동차의 관리를 오랫동안 맡아온 이방주 (李邦柱) 전부사장도 지난 3일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며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LG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으로 있던 김갑렬 (金甲烈)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LG화학 CFO로 자리를 옮겼고, LG화학 CFO였던 김정만 (金正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 LG산전 CFO를 맡았다.

이밖에 LG전자의 정병철 (鄭炳哲) 재경담당 부사장이 관리총괄 사장으로, LG상사 재무.관리를 총괄하는 지원부문장인 여성구 (呂聖九)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이보성 (李普聖) 주임연구원은 "환율과 금리의 변동이 심하고 경기전망이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재무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며 "이는 안정 위주의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의미" 라고 해석했다.

◇ 호남 출신이 뜬다 = SK의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 중 하이라이트는 최대 주력기업인 SK텔레콤 조정남 (趙政男) 사장. 그는 전주고.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영남출신 임원들과 경합 끝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현재 한국통신 지분 매입문제 등 정.관계와의 접촉이 불가피한 SK텔레콤이 이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고려해 趙사장을 등용한 면도 없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

삼성에서는 광주고 출신인 양인모 (梁仁模)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전주고 출신인 삼성생명 배정충 (裵正忠) 대표이사 부사장이 돋보인다. LG그룹은 오호수 (吳浩洙) LG증권사장 등 4명의 사장단을 전원 유임시켰다.

김시래.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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