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 스트로 내무장관 청년시절 정의 실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9일 칠레의 전 독재자 피노체트의 스페인 인도절차 착수 허용을 결정한 잭 스트로 (51) 영국 내무장관은 청년시절 '피노체트 타도' 를 외친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스트로는 22세때 영국 학생연맹 회장을 지냈는데 당시 칠레 대통령 피노체트의 '인간백정' 행위가 알려지자 영국주재 칠레 대사관 앞에서 며칠밤을 새우며 그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스트로 장관은 이번에 피노체트의 만행을 심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30년만에 청년시절의 정의감을 부분적으로나마 실현한 셈이 됐다.

그의 결정에 따라 영국의 중앙경찰법원은 피노체트에게 이같은 결정을 공식통보, 11일 오후 2시 (현지시간) 부터 법적 절차가 개시된다.

피노체트의 스페인 송환여부를 결정할 중앙경찰법원은 영국 검찰과 피노체트측 변호사들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청취하는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노체트측이 송환 모면과 석방을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게 틀림없어 최종절차 완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판사들이 피노체트 송환을 결정할 경우 피노체트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차례로 항소.상고할 수 있고 단계마다 또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치안판사들의 송환결정을 지지해도 스트로 내무장관이 건강 등 인도적 이유로 피노체트의 송환을 중지시킬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스트로 장관이 송환절차 개시 명령을 내릴 경우 피노체트는 영국 최고법원인 상원에 또 한번 항소할 수 있다.

한편 스페인 치안당국은 피노체트에 대해 대량학살.테러.고문 등의 혐의로 정식기소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10일 전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