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뢰 수사하다 청백리 찾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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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료들로부터 '융통성없는 사람' 취급받던 '왕따' 공무원 김시만 (金是萬.40.수원시청 자치행정담당 계장.6급) 씨. 알고보니 그는 업자들의 끊임없는 향응.금품공세를 단호하게 거절한 '모범 공무원' 이었다.

지난달 중하위직 공직비리 수사를 벌여 수원시청 공무원 7명을 구속하는 등 17명의 비리 공무원.업자를 적발했던 수원지검은 최근 "金씨같은 청백리도 있다" 며 金씨의 사례를 공개했다.

노상균 (魯相均) 수원지검 특수부장은 "수사과정에서 건축업자들이 金씨에게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 사실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으나 그 때마다 金씨로부터 완강하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밝혔다.

魯부장검사는 "처음에는 의아심이 들어 조사를 거듭했으나 뇌물을 받은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며 "이 때문에 金씨는 수사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고 말했다.

수사를 받은 업자들은 한결같이 "金씨는 절대 돈을 받지않는 사람, 그 사람과는 밥 한끼 먹어볼 수 없었다" 고 진술했다고 한다.

金씨의 청렴이 화제가 된 것은 96년 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수원시 권선구청 경리계장으로 일할 때. 구청에서 발주하는 모든 관급공사 계약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金씨는 당연히 건축업자들의 로비대상이 됐다.

그러나 업자들과는 식사는커녕 만나자는 제의 자체를 모두 사양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도 "金계장 자리 옆에 있는 의자는 직원들이 결재받을 때 앉아서 얘기하는 곳이지 업자들이 앉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고 전했다.

金씨는 평소 "업무는 담당직원들이 하는 것인데 계장이 업자들과 만날 이유가 없다" 면서 "업체대표가 관공서에 들어오는 이유는 뻔한 것 아니냐" 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말 한 건축업자가 의례적인 인사치레로 金씨 집으로 과일 한상자를 보냈으나 즉시 전화를 걸어 "이런 것 받을 이유가 없으니 당장 찾아가라" 며 호통쳐 돌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기에 金씨는 수원시내 건축업자들 뿐만아니라 공무원 사이에서도 '앞뒤가 꽉 막힌 사람' '외곬' 으로 알려져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항상 점퍼차림에다 점심도 구내식당만 이용하는 金씨는 경북봉화 출신으로 영주 경상전문대를 졸업하고 79년 9급으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86년 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金씨는 권선구세류동 1천7백만원짜리 방 두칸 전셋집에서 부인.두딸과 살고 있다.

"지난 10월 돌아가신 어머니 (75)가 평소 '절대 남의 돈은 받지마라' 고 일러주신 가르침을 공직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다" 는 金씨는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 구속된 동료들을 두번 욕보이는 꼴이 된다" 며 쑥스러워 했다.

수원 = 정재헌.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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