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피부 박피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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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놀 성분을 이용한 박피술에 의해 손상된 환자의 피부. [연합뉴스]

젊은 피부를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기원전 1500년께 쓰인 이집트 의학서 『Ebers Papyrus』에는 얼굴 주름을 구리나 황 또는 산(acid)을 이용해 없애는 방법이 기술돼 있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썩은 우유로 세안을 해서 깨끗한 피부를 유지했다고도 한다. 우유가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용한 화학 박피술의 일종이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젊어지고 싶은 소망을 어느 정도 충족해주고 있다. 수많은 필러 제품을 비롯해 보톡스, 레이저·화학 박피술, 안면거상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예컨대 피부의 색소 침착이나 주름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레이저 박피술이나 화학 박피술 그리고 보톡스· 필러 시술은 큰 부작용이 없는 안전하고 간편한 시술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의사와 환자가 적정점을 찾지 못하고, 누군가의 과욕으로 성형 시술에 지나친 자만을 보인다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페놀 박피술이 그렇다. 페놀 박피술은 여드름 흉터를 개선하기 위해 영국의 매키라는 피부과 의사가 1900년대 초 처음 도입했다. 그 후 발전을 거듭해 60년대에 이르러 브라운 등 성형외과 의사들이 페놀이 미용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뒤 널리 확산됐다.

페놀은 아세트산의 일종인 TCA(trichloroacetic acid)와 함께 화학 박피술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고, 피부 침투력이 어느 박피 약품보다 좋아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약물이 진피층까지 침투해 회복기간이 길 뿐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흉터를 남길 수 있다. 게다가 간이나 신장·심장에 독성이 있어 점차 사용이 제한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페놀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성분을 섞어 사용함으로써 다시 페놀 박피가 들어설 입지가 생겼다.

문제는 페놀에 섞는 약품의 종류가 의사마다 다르고, 인종·지역에 따라 피부 타입이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에 따라 적정 약품 농도가 달라지니 오랜 경험이 없는 의사에게는 위험천만한 의약품인 것이다. 피부 타입을 분류한 분류법이 있어 이를 고려하면 페놀 중합체를 적절하게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깊은 주름이나 흉터를 없애기 위해 페놀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진피층뿐 아니라 심부 조직을 손상시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흉터를 만든다.

최근 미용성형 추세는 보다 간편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흉터·통증 없이 젊고 예뻐질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요즘엔 최소 침습 시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적게 째고 시술을 하니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흉터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결코 속도주의, 간편주의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요즘 여성들은 성형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여기에 불법시술을 자행하는 비의료인의 유혹도 끊이질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환자는 더 많은 정보를 갖추고, 자신에 맞는 미용성형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절반은 환자의 몫인 셈이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민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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