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방 넋빠진 10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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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성동구신당동 B인터넷게임방. 20일 오전 2시30분을 넘어서는 시각에도 20여개의 좌석은 빈 자리가 없다.

손님들 가운데 머리를 짧게 깎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중고생들이 절반 정도인 10여명. 이들 중 자정무렵 게임방에 들어온 중학생 3명은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6시가 돼서야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떴다.

지난 16일 오전 8시50분쯤 서울성북구안암동 E인터넷게임방. 대학생으로 보이는 10여명의 손님들 틈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두명이 끼어있다.

학교수업이 시작될 시각인데도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잡담을 나누며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망을 이용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중고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게임방에서 밤을 새우고 학교까지 결석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지난해 대학가나 사무실 밀집지역 등에 처음 등장한 이들 업소는 최근 주택가와 초.중.고교 주변까지 확산돼 서울 시내에서만 5백여 군데가 성업 중이다.

인터넷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은 프로그래밍된 패턴만 익히면 숙달되는 기존의 전자오락과는 달리 자신의 전략을 세워 다른 사람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 특히 인터넷망을 통해 게임이 이루어져 외국인과의 게임도 가능하고 게임 성적 랭킹이 기록되는 등 국제적인 게임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경쟁심을 부추기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전략을 세워 통신망에 연결된 상대방과 전쟁을 치르는 '스타 크래프트' .이 게임은 '배틀 넷' 으로 불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최고 8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방에서 만난 李모 (16.서울Y고 1년) 군은 "요즘 네트워크 게임을 모르면 학교에서 '왕따' 신세가 된다" 면서 "이 게임 때문에 밤을 새우느라 학교수업에 영향을 받는 친구들도 있다" 고 말했다.

더구나 인터넷 게임 중에는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도 적지 않지만 게임방에서는 별다른 제약없이 청소년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소들은 일반 컴퓨터오락실과는 달리 '컴퓨터 대여업' 으로 분류돼 아직까지 단속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24시간 영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출입에도 제한이 없다.

특히 이런 게임에 빠져들었던 청소년들은 게임방 출입이 중단되면 환청과 우울 증세를 보이기 일쑤여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게임중독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이철 (李哲) 교수는 "네트워크 게임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만족하는 내성과 금단현상을 동반, 편두통.배뇨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일찍부터 보고된 바 있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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