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몰랐던 예수 찾아야 할 때"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내 안의 하나님을 찾는 것이 진정한 신앙입니다.”

비교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21세기 기독교가 가야할 길’ 강연을 위해 미국 LA를 방문했다.

2001년 ‘예수는 없다’를 출간해 종교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오 교수는 지난 5월 도마복음을 풀이한 ‘또 다른 예수’를 출간했다. 제목만으로도 그의 책이 기존의 책과는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찾는 예수는 누구인가. 오 교수가 찾는 예수에 대해 들어봤다.

-21세기 기독교는 어디에 있나.

"전통적인 기독교가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때 영적,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공헌한다고 여겨지던 종교가 이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패러다임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기독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무엇이 있나.

"크게 네 가지로 본다. 문자주의에서 해방된 종교 깨달음 중심의 종교 내 속의 신성을 깨닫는 종교 다원주의를 환영하는 종교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한다면.

"모든 종교는 심층적인 부분과 표층적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 부처에게 비는 것이나 기독교에서 복을 강조하는 부분은 표층적인 종교다. 그에 비해 깨달음 내 안의 나를 찾고 하나님을 깨닫는 것은 심층적인 종교라 보면 된다. 과거 표층적인 면이 두꺼웠다면 이제는 심층적인 종교가 힘을 받는 때다."

-말씀대로 하면 지금은 표층적인 종교가 더 많지 않은가.

"맞다. 불교에서도 심층종교 깨달음의 종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불교는 아직 심층적인 부분을 버리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독교 그 중에서도 보수적인 기독교에서는 표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이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사실 유럽의 경우 기독교 인구가 줄었지만 표층은 거의 없다. 심층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도마복음을 풀이한 책 '또 다른 예수'는 바로 심층종교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예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도마복음서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비밀의 말씀을 도마가 적은 것으로 이곳의 예수는 평소 우리가 접해 보던 예수와는 다르다.

사복음에 나오는 예수가 '나를 따르라' '나를 본 받으라' '나를 믿으라'는 현교적인 가르침이 주를 이룬다면 도마복음서에는 믿음이라는 말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그 곳에 예수는 '내 속에 있는 하나님을 깨달으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비밀의 말씀이라는 의미는.

"비밀의 말씀은 보통사람들에게 들려주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들으면 혼동되고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교육수준이 낮고 정보가 없었다. 또 문맹률이 97% 정도였으니 당시에는 심층적인 종교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다. 이제는 심층적인 종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지금도 도마복음을 외경시되고 있지 않나.

"지금은 폐쇄적인 기독교 때문이다. 여태까지 내려온 것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쇄성은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시작됐는데 사람들이 문자를 깨우치면서 표층적인 신앙에 대해 의문을 품자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면서 생긴 것이다."

-문자주의적 종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럼 성경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성경을 문자적인 것을 넘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심청전을 보자. 심청이가 물에 빠지고 용궁에 들어가고 아버지가 눈을 뜬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다.

심청전에서 중요한 것은 용궁이 있나 없나 심청이가 물 속에 들어갈 때 몇 분 동안 숨을 안 쉬었나. 그렇게 숨을 안 쉬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것이 중요한 것인가 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려는 것은 효행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효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성경도 그 얘기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성경이나 교리는 인포메이션(정보)을 위한 것이 아닌 트랜스포메이션(변화)을 위한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힘들다. 어떻게 신앙을 유지할 수 있나.

"신앙을 왜 유지하나. 처음에 들었던 것을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성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4~5세 때는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고 안하면 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다.

그걸 깨버리면 아이들에게는 절망이다. 그러나 조금씩 크면서 산타가 아닌 엄마가 선물을 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더 나중에는 사랑을 나누고 또 우리 가족만이 아닌 온 세계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나눠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늘의 선물이 땅에 내려오고 우리가 그에 화답하는 천지합일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년 동안 올해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선행을 한다면 그게 맞는 것인가. 성실하지만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신앙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비교종교학자로 여러 가지 종교를 접하다보면 혼란스럽지는 않나.

"한국 사람이 김치 먹다 피자 먹는다고 혼란스럽나. 그냥 건강에 좋은 음식이면 먹으면 된다. 대신 기름기가 너무 많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원리는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기독교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전도다. 어떻게 전도해야 하나.

"전도는 교회의 숫자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마을에 두 남자가 살았는데 어머니의 사랑을 아는 효심 많은 아들이 효를 알지 못하는 다른 집의 아들에게 효자가 되면 얼마나 뿌듯한지 한 번 해보라는 거다. 너의 어머니 말고 내 어머니를 섬기라고 하는 건 전도가 아니다. 그저 불자는 더욱 훌륭한 불자가 되고 기독교인은 더욱 훌륭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맞다."

-저서가 많은데 한 권만 권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환자가 각각 다른데 같은 약을 먹을 수 없지 않나. 내 책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다. 다만 또 다른 예수를 읽기 전에 ‘예수는 없다’를 읽는 것이 이해가 쉽다.

이외에도 도덕경 장자 등 여러 책이 있지만 장자에 대해 쓴 책에서 '캐나다에 가서 이렇게 흔한 김치찌개를 먹어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캐나다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장자를 읽지 못하고 죽는 사람은 김치찌개 먹지 못한 사람보다 더 불쌍하다'고 얘기했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나.

"세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인류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지도했던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지금 불교신문에서 연재하고 있는 글이다. 나머지 두 개는 불교인들을 위한 기독교 이야기와 '예수는 없다' 그 이후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도마복음은…

4세기 초 로마 제국을 통일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할 때 영지주주의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 폐기 됐으며 지금까지 외경으로 인식됐다. 1945년 이집트 나일 강 기슭에서 1600년 만에 발견됐으며 114구절로 되어 있다.

미주중앙 오수연 기자

▶ 미주중앙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