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신세대의 창업붐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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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규모 실업의 홍수 속에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중 하나가 됐다.

정부는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SOC) 사업을 시행하는 한편 다각적인 부문에서 창업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대형사업의 경우 확실하게 실업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그 일자리의 대부분이 사업기간중에만 필요한 임시.일용직인 반면 창업의 적극적인 유도는 단시간에 실업이 줄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인 실업의 해결은 경기가 다시 활성화돼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규모 SOC사업과 적극적인 창업의 유도는 장단기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자리 창출은 신직종.신산업, 그리고 신시장으로부터의 창출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진취성을 갖춘 적극적인 신세대의 창업이 촉진돼야 한다.

신세대야말로 국가경제의 미래를 끌고 나갈 주역으로서 급변하는 국내외적인 시장수요의 흐름을 파악해 신직종을 창출하고, 신산업을 형성하며,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신세대의 창업은 소수의 인재들에 의한 벤처기업 형태거나 또는 소규모 도.소매업의 형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숫자 또한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업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전문직 등의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신세대에서의 창업은 극히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왔다.

창업을 위해 필요한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고 자금동원의 수단이 모자란 신세대가 창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데, 경제기획청 장관인 사카이야 다이치 (堺屋太一) 는 한 신문 기고에서 지난 10년동안 일본의 소규모 자영업자 수가 약 7백만명에서 6백만명으로 무려 1백만명이 사라진 것을 지적하며 일본의 기업가정신이 약화되는 현상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중소기업체와 자영업체 등의 수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창업 주체는 주로 사회경험을 한 장년층이었고, 그나마 엄청난 규모의 부도가 중소업체들을 휩쓰는 현재의 위기 속에서 신세대의 창업은 상상하기 힘든 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획기적인 경제환경의 변화와 창업의욕의 촉진이 있어야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가능할 것이다.

신세대의 창업붐을 조성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구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창업에 관련된 규제는 철폐돼야 하고, 창업 절차는 간소화돼야 한다.

그리고 신세대의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재학기간중 경제현장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보육센터를 대학내에 설립하도록 지원해 창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립에서 사업이 정착될 때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제의하고 싶다.

또한 서비스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신세대를 위한 창업기금을 창설해 소규모의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자발적인 신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규모의 자영업으로 시작한 신세대 기업가들이 우량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환경과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신세대가 유의해야 할 점은 문화.관광을 포함한 서비스분야에 신세대를 필요로 하는 미개척 직종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국내외의 많은 보고서들은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지적하며, 서비스 산업을 개선하고 새로이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으며,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분야를 발견하도록 노력하는 것과 기존 서비스분야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을 먼저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손쉬운 창업을 위한 여건 조성은 정부의 몫이지만, 창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은 신세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암울한 경제상황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능력을 개발하고, 위험부담을 마다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임한다면 창업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신세대의 창업붐 조성은 이 시대 실업홍수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한가지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선(산업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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