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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초경량기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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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초경량 비행기가 시화호 주변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탁 트인 하늘을 만나는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경기도 화성시 어섬 비행장의 비행클럽·서해항공·파랑새항공이 촬영을 도왔다. 화성=안성식 기자

▶ 비록 미니 비행기지만 어엿한 파일럿으로 비행의 꿈을 이룬 김상찬·성원 부자의 포즈(사진 위). 체험 비행을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는 어섬 비행장. 화성=안성식 기자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포4리. 이 바닷가 작은 마을의 하늘은 초경량 비행기의 천국이다. 탁 트인 시화호 간척지 위로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미니 비행기를 언제든 볼 수 있다. 인천 송도.대천 등 전국 20여개의 초경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장소 중 이곳 어섬 비행장은 최고로 꼽힌다. 주위에 언덕이나 전선과 같은 방해물이 없고, 활주로 길이가 600m가 넘는다.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비행구역은 반경 2㎞ 정도. 하지만 맑은 날이면 서해대교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시야도 좋다.

포도 익는 냄새 가득한 그곳에서 4일 만난 김상찬(41.제약회사 부장)씨는 열성파였다. 지난해 초 이곳을 소개한 신문 기사를 보고 곧바로 찾아와 비행교육을 신청했다.

*** 글라이더에 엔진 달고 날아

아직 개인 비행시간은 30시간밖에 안 되는 초보지만 12세 아들 성원(인천 계산중1)군까지 비행 자격증을 따게 만들었다. "놀이기구도 무섭다고 안 타던 겁많은 아들이 이젠 더 좋아해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안전한 레포츠지요. 기계를 만지니 집중력도 좋아지더군요." 열심히 배우는 김씨 부자에게 감동해 지난해 초경량항공협회에서는 14세부터 비행 자격증을 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성원군에게 예외로 자격증을 줬다.

초경량 비행기는 간단히 말해 글라이더에 엔진을 단 형태다. 1인승과 2인승이 있다. 2인승의 경우 항공법상 무게가 225㎏ 아래여야 한다.'세스나'로 알려진 경비행기보다도 작다.

"이색적인 것을 한다고 폼을 재려는 게 아니에요. 빈 하늘 위에서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 기분은 땅에서는 상상 못할 매력적인 일이지요."

어섬 비행장에 둥지를 튼 비행클럽 에어로피아(www.aeropia.co.kr) 회원 이성환(37)씨의 말이다. 모형 비행기 조립이 취미라는 이씨는 경력 7년의 인하대 교직원이다. 비행 자격증을 가진 회원이 100명이 넘는 이 클럽에는 이씨 말고도 인근 공단의 중장비 기사인 김동군(39)씨에서부터 경희의료원 간호사 이정희(36)씨까지 하는 일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자기들의 공통점을 "하늘을 나는 꿈 하나로 모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하지만 초경량 비행기는 어느덧 대중화의 길에 들어서 있다. 전국에 비행 자격증을 딴 사람이 3000명이 넘는다. 국내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초경량 비행기만도 300대다. 휴가.방학 때가 아니라도 주말이면 어섬 비행장에는 체험 비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직접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나는 꿈을 현실로 옮기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자 안전한 도전이다.

*** 20시간 훈련 "나도 조종사"

"지난 2월에 비행 자격증을 땄어요. 4월에 낡은 비행기 한대를 얻어다 집 마당에서 두달 동안 엔진을 포함해 기체를 몽땅 분해해 수리했지요."

환경벤처기업의 유호원(47) 사장은 공학박사답게 기체의 부속까지 샅샅이 살펴본 특이한 열성파다. 스쿠버 다이빙을 포함해 안 해본 운동이 없다는 그가 초경량 비행기에 미친 것이다. 회사직원도 원하면 비행 교육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고 했다. "사람이 가진 시간은 일하는 시간, 자는 시간, 노는 시간으로 나눠집니다. 열심히 일한 뒤에 즐기는 시간을 다양하게 해야 삶이 다양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골프(95타)는 사업상 치지만 비행은 자기가 좋아서 한다고 했다.

김종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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