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문화] 일본 록밴드 '글레이' 오사카 영화파크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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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롤러코스터가 무대장치로 변신했다. 둥근 화면에 잡힌 건 히사시.테루.지로(왼쪽부터). 하단의 화면은 관람 인파의 모습이다.

일개 록밴드의 공연에 10만명이 몰려드는 건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열린 '글레이(GLAY) 엑스포 2004'에 10만 관중이 몰려들었다. 글레이는 다쿠로(33.기타).데루(33.보컬).히사시(32.기타).지로(32.베이스) 등 네 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1999년 에치바에서 열린 첫 엑스포에는 20만명이, 2001년 도쿄 스타디움(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번째 엑스포에는 33만명이 몰렸다. 그러다 보니 메이저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이기도 한 이번 엑스포 티켓은 발매 15분 만에 매진됐다.

지난달 30일 열린 전야제부터 성황이었다. 무대가 마련된 호수 주변에는 관객들이 미리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팬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곳곳에 마련된 글레이 전광판 앞에 줄지어 앉았다. 호수에 배를 타고 등장한 글레이는 무대에 올라 30여분간 공연한 뒤 다시 배를 타고 퇴장했다. 워낙 무대가 멀었지만 관객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태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공연 끝물엔 장대비도 쏟아졌지만 모두 자리를 지켰다.

본 공연이 열린 지난달 31일. 공연장으로 변신한 8만㎡ 넓이의 주차장에 10만명이 모였다. 총 길이 150m, 높이 40m짜리 롤러코스터를 무대로 꾸몄다. 롤러코스터 레일이 둥글게 돌아가는 부분은 800인치짜리 원형 화면이 됐다. 조명 4000대, 스태프 7500명, 경비원.의료진 3060명이 동원됐다. 총 제작비만 20억엔(약210억원). 1m쯤 높이의 휠체어 전용 객석을 만든 점도 눈에 띄었다. 공연장 한 구석에는 전시장도 마련해 멤버들의 예전 의상.기타.작곡노트 등을 진열했다.

캐릭터 상품 판매가 보편적인 일본답게 휴대용 물병.비닐백.머리끈.모자.스티커.장난감.인형 등 별의별 기념 상품이 마련돼 있었다. 관객의 차림새도 인상적이었다. 글레이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와 수건을 두르는 건 평범한 축에 끼었다. 글레이의 공연 의상을 흉내낸 코스튬을 입고 성게 가시처럼 뾰죡하게 세운 헤어스타일을 한 팬들도 눈에 띄었다. 옷을 맞춰 입은 모녀도 여럿이었다. 대부분 20대 여성이었지만 30~40대 남녀, 가족단위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테마파크에서 연 공연답게 블록버스터급 연출이 동원됐다. 보컬 데루가 롤러코스터 40m 정상에서 활강하면서 공연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헬리콥터를 타고 공연장 상공에 등장해 무선마이크로 10만 관객에게 파도 타기를 시키는 식이었다. 10만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파도 물결을 만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세시간 내리 공연했지만 글레이는 지치지 않았다. 자리를 잡느라 오전부터 서 있었던 관객도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공연장을 지켰다. 멤버 변동 없이 10년간 꾸준히 활동한 밴드에 대한 팬들의 애정도 변하지 않는 곳이 이곳 일본이었다.

오사카=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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