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교재 봇물…문제점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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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즘 부모들이 자녀의 성적만큼이나 관심을 두는 것은 아이의 사회성.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는 이른바 '왕따' 가 돼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추천입학제 등 교육개혁과 함께 대학입시에서도 외국처럼 활동성.사회성이 중요한 평가항목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이의 '사회성 지수 (Social Quotient)' 를 높여준다는 조기교육교재들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아이템플이 조기 한글교육용으로 내놓은 '한글배움이' 나 비엠코리아㈜의 애니메이션 육아교재인 '애 가르치는 비디오' 등이 바로 SQ교재를 표방한 것들. ㈜아이템플의 황창우 주임은 " '딸기' 라는 단어카드 앞장에 단순한 과일그림만 있는 기존의 영유아교재와 달리, 딸기를 시장에서 파는 모습이나 엄마와 함께 딸기를 먹는 모습 등 다양한 상황그림을 통해 단어를 익히도록 만들었다" 며 "문화.사회성을 학습 모티브로 활용해 말도 배우고 상황이해력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 라고 설명했다.

'애 가르치는 비디오' 의 경우 점토인형 주인공들이 자유로운 변신을 통해 아이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어떤 때 다투고 어떻게 화해하는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남들과 협동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준다는 것.

출시된 지 1개월만에 1만5천여 세트를 판매했을 정도로 인기다.

사실 '사회성 지수' 를 뜻하는 SQ는 학문적으로는 정립되지 않은 개념. 서울대학교 문용린 (文龍鱗.교육학) 교수는 "흔히 SQ는 미국학자 스턴버그가 말한 '성공지수' 라는 의미로 더 넓게 통용된다" 며 "일부에서 '사회성 지능' 이란 개념을 지능지수 (IQ).감성지수 (EQ) 처럼 변형시켜 사용하기도 한다" 고 설명한다.

아동문제연구소 등에서 행하는 SQ 테스트도 엄밀히 말하면 '사회성 속도 지수 검사' .주로 문자검사를 받기 힘든 초등학생 미만의 아이들 중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말이나 행동발달이 늦은 문제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테스트다.

그러나 이른바 SQ교재들도 나름대로 활용될 여지는 많다.

문교수는 "사회성은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가르치는 것이 좋다" 며 "상업성 여부를 떠나 조기교육이 단순한 문자습득에서 실생활.문화의 인지, 또래들과 어울리는 법 등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 이라고 말한다.

다만 사회성도 성공적인 인간이 되는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화여자대학교 김희진 (金希眞.유아교육학) 교수도 "다양한 사회관계를 쉽게 풀이한 동화나 비디오 등도 사회성 개발에 '보조' 역할은 할 수 있다" 며 "하지만 직접 아이가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고 조언한다.

아이를 놀이터에 자주 보내고, 아이들이 서로 다투었을 때는 그냥 방치하기보다 어른들이 이성적으로 각자 잘잘못을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 최고의 사회성 교육이라는 것. 김교수는 "부모의 부부싸움도 아이들에겐 갈등해결법을 배우는 통로가 되므로 그 어떤 교재보다 부모들이 평소 생활자세에 조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덧붙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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